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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같아라>, 입체적인 중년 남성 캐릭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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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같아라> 3회 MBC 월-금 저녁 8시 15분
가족극의 거의 모든 갈등은 결혼으로 촉발되고 결혼으로 봉합된다. <오늘만 같아라>에서도 초반부 갈등은 지완(이재윤)과 희주(박시은)의 결혼 문제로 터져 나온다. 하지만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 부모 세대가 갈등의 주변인이 아니라 주축이 되어 극을 끌어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비록 출생의 비밀 코드가 등장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클리셰라기보다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 갈등을 구성하는 흥미로운 극적 장치로 기능한다. 갈등의 중심에 놓인 이는 춘복(김갑수)이란 인물이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악착같은 일벌레로 살아오며 현재 번듯하게 성공한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자수성가형 가부장이다. 그런데 보통의 가족극이라면 이 정도 설명에 그쳤을 캐릭터는 여기에 좀 더 입체적인 사연을 부여하는 작가와 배우의 존재감에 힘입어 단순한 주인공의 아버지, 가장 역할을 넘어 복합적 내면을 가진 중년 남성의 자화상을 보여주게 된다.

춘복의 개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 고향이다. 그곳에서 함께 자란 상엽(홍요섭), 준태(이한위), 그들 아내와의 친구 공동체는 과거의 구습과 갈등이 그대로 봉합되어 있는 집단이다. 양조장 집 하인이던 부모 계급 때문에 춘복은 고향에서 가장 성공한 지금에도 여전히 그 주인집 딸이던 상엽의 아내 재경(견미리)에게 개똥이라 무시당하는 한편, 평강리 소년들의 우상이던 인숙(김미숙)과의 결혼으로 은근한 질시까지 받는다. 중졸 출신의 춘복은 계급 콤플렉스와 지식인 집안 출신 아내에 대한 학력 콤플렉스를 함께 갖고 있다. 그러나 돈만 알고, 괴팍하고, 무식한 외양과 달리 춘복은 아버지가 밖에서 낳은 의붓동생과 아내의 씨다른 아이와 직장과 집을 구하지 못해 어려운 고아 출신의 소녀까지 한 집안에 거두는 기묘한 가장이다. 일일가족극에서 권위적인 가부장 혹은 고개숙인 아버지가 아닌, 형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남자이자 가장으로서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입체적인 중년 남성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진부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만나는 것 이상으로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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