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중산층 가구, 우린 어쩌라고…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주택정책이 4인 가구에서 1~2인 서민 가구 중심으로 급격히 바뀌면서 4인 중산층 가구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하고 있다.


14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에 공공임대주택 1만6305가구를 공급한다. 올해 계획물량 7909가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관련 예산도 올해 4193억9500만원보다 38% 정도 늘어난 5792억3200만원을 책정했다.

늘어난 예산은 박원순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대안형 임대주택'에 집중 투입된다. 1~2인 가구용 '공공원룸텔'이나 민간 임대주택을 시에서 전세계약을 맺어 임차인에게 30% 정도 낮게 장기간(6년) 재임대하는 방식의 '장기안심주택' 등이다. 예산 대부분인 1~2인 서민가구에 돌아가는 셈이다.


대표적인 4인 중산층 가구의 임대주택으로 꼽혔던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역시 1~2인 서민가구용으로 바뀐다. 시프트는 중산층과 실수요자를 겨냥해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주거’로 바꾸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주변 전세가격의 80% 이하 전세금으로 최장 20년간 내 집처럼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중산층 수요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시프트에서도 4인 중산층 가구의 몫은 최소화된다. 서울시가 박 시장의 제1공약인 '공공임대 8만가구 공급'의 실현을 위해 내년부터 85~114㎡의 시프트 규모를 현재의 최소 크기(59㎡)보다 작은 39~49㎡로 변경해 공급량을 늘리기로 결정한 탓이다.

정부의 주택정책도 '소형주택'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올 들어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 ▲용적률 상승을 통한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등 전·월세 대책만 봐도 그렇다.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단기간 내 해소하기 위해 대책이라는 게 정부측 발표지만 4인 중산층 가구의 주거대책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보금자리주택을 소형 위주로 재편한 것도 비슷한 지적을 받는다. 정부는 분양주택의 70% 이상을 전용면적 60㎡ 이하로 공급하고 60∼85㎡는 분양주택의 30%를 공급하되 이중 상당수를 전용 74㎡ 이하로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4인 중산층 가구가 선호하는 75~85㎡ 이하는 전체 분양주택의 10%로 줄이기로 했다.


민영주택에서도 4인 중산층이 외면받긴 마찬가지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분양된 16만5326가구 중 전용 85㎡ 이하 중소형은13만8827가구로 83%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가장 많았던 2003년(79.35%) 보다도 4%포인트 높은 수치다.


문제는 공공과 민영의 이같은 소형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올 겨울방학부터 다시 불안해질 수 있는 전셋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있다. 전셋값 상승이 4인 규모 가족을 위한 주택인 중형주택에서 가장 뚜렷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전년 동기대비 서울 전셋값 상승폭은 중형(62.8㎡이상~95.9㎡미만)이 14.2%로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소형(62.8㎡미만)은 10.5%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현재 전세난 등 주택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4인 중산층 가구를 고려한 종합적인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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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강남에는 도시형 주택보다는 3~4인가구가 필요하지만 재건축 등이 진행되지 않아 공급이 원활치 않다"며 "가족 단위의 임대수요를 위한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도 "향후 1~2인 가구가 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주택정책은 소형공급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한쪽에 치우친 주택 정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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