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을 품는 집짓기… 고맙다 두껍아

주민을 품은 집짓기..고맘다 두껍아
낡은 집 부수지 않고 수리보수..시설은 아파트단지처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역공동체 친화적인 재개발 방식의 한 모델로 제시한 '두꺼비 하우징'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두꺼비 하우징 사업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에 집중하는 기존의 뉴타운 사업과 차별된다. 낡은 집을 수리하고 아파트에 버금가는 주민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새로운 재개발 모델이다. 입주민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지역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민주거 안정 최우선', '마을 공동체 복원' 등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 시장의 주택 정책에 부합하는 사업인 것이다. 나아가 주택관리 사업을 지역 업체에 맡김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박원순호' 출범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두꺼비 하우징 사업 전반에 대해 짚어봤다.

은평구 신사동 두꺼비 하우징 시범지구.

은평구 신사동 두꺼비 하우징 시범지구.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하철 6호선 새절역에서 내려 20여분 언덕을 올라가면 지은지 20~30년된 노후주택이 촘촘히 들어선 동네가 나타난다. 지난 5월 두꺼비 하우징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은평구 신사동 237번지 일대이다. 이 곳을 찾은 날은 마침 동네 주민 이영순 할머니(75)의 생신이었다. 이웃들이 대문을 열어놓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었다. 한 주민이 "기자 양반도 한그릇 먹어"라며 팥칼국수를 권한다. 여느 아파트 단지에선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다.


이 곳의 주민들은 대체로 두꺼비 하우징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민 신승자(52)씨의 20년 된 집은 새 기와를 올리고 외벽 방수 처리와 페인트칠을 해서 새집처럼 변신했다. 신씨의 집은 각 층이 49㎡정도 되는 3층 연립주택이다. 2층 전세금을 9년 만에 700만원 올려받아 그 중 일부를 수리비로 썼다.


신씨는 "이 동네가 두꺼비 하우징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재개발하면 살던 집 내주고 보상비에 1억원을 더해야 아파트 한 채 얻는데 그 돈을 가진 사람은 여기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마디로 다 쫓겨난다는 거지. 보상금 갖고 변두리에 셋방살이 해야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사동 시범구역은 주민들이 같은 동네에서 30년씩 사는 등 주민들의 평균 거주기간이 길고 공동체 의식이 강해 두꺼비 하우징 사업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평을 듣는다. 매매 뿐 아니라 전세 거래도 뜸한 편으로 집값은 3.3㎡당 700~800만원 수준이다. 대지면적 152㎡(전용 66㎡)짜리 단독주택이 4억5000만원 선이다. 주민들은 "좋은 집 살아서 뭐해. 나이 먹어봐. 같이 밥먹고 얘기할 이웃이 있는 곳이 제일 좋은 동네야"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사업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영순 할머니는 "참 좋은 사업이긴 한데 돈 못버는 사람들한테는 그것도 부담된다"며 "낡은 집 하나 갖고 자식들 용돈으로 하루하루 사는데 집 수리할 돈이 어딨어"라고 반문했다. 두꺼비 하우징 사업은 저소득층에겐 무상이지만 일반 가구는 수리비와 별도로 월 2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야 한다. 집수리를 위한 대출금과 회비까지 월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한편 은평구는 지난달 우리은행 및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개량자금 대출 지원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또 지난 7일 지역내 8개 업체를 주택개량사업자로 선정, 발표했다. 구는 앞으로도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두꺼비 하우징에 참여할 업체를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AD

구내 두꺼비 하우징 사업을 총괄하는 은평구청 주택과의 황영범 팀장은 "휴먼타운, 경관 가꾸기 등 기존 사업의 경우 사업 종료 이후 관공서나 업체 등 추진 주체들이 빠져나가는 방식이었는데, 두꺼비하우징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주민들의 복지를 책임진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꺼비 하우징 사업을 국토해양부의 해피하우스 사업(주거서비스 지원센터) 등과 연계하는 등 재개발 지역 주민의 정주권을 확보하고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꺼비 하우징 사업'의 진행 절차=집주인은 지자체가 선정한 지역내 업체들에 수리공사를 의뢰한다. 공사가 끝나면 업체들은 구청에 수리가 완료됐음을 보고하고 은행에서 공사대금(집주인의 대출금)을 받는다. 현재 은평구가 시행하는 시범사업에선 최저 4.9%의 금리로 주택 수리나 증ㆍ개축을 위한 공사비의 80%인 최대 2200만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집을 고친 후에도 저소득층은 무상으로 일반가구의 경우 2만원 정도의 회비를 매달 내고 집과 마을 시설에 대한 관리ㆍ보수를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계획 중 두꺼비 하우징 사업비로 350억원을 책정할 예정이다. 은평구는 내년 해당사업 예산으로 19억원을 책정해놓았다. 그리고 박 시장 당선 후 서울시에 76억의 예산지원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