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뽀로로 진짜 아빠다"
캐릭터 창작자 확인소송 나선 김일호 오콘 대표
초기 제작인력 대부분 오콘 소속
아이코닉스는 배급.마케팅 역할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자식 잃은 아비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처음에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분노가 묻어 나왔다.
김일호 오콘 대표. 우리나라 3D 애니메이션 1세대로 불리는 그는 최근 뽀로로 공동 사업자인 최종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상대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김 대표는 "최 대표가 뽀로로의 실제 창작자인 오콘을 배제한 채 자신이 창작자인 마냥 활동하고 있다"며 "실제 창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저작인격권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뽀로로를 만든 건 오콘임을 분명히 해달라는 청원이었다.
최 대표는 오콘이 주장하는 것처럼 창작자에서 오콘을 배제하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늘 공동 제작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는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26일 만난 김 대표는 "애초 이렇게 커질 문제는 아니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뽀로로의 초기 제작 인원은 40여명으로 대부분 오콘 측 인력이었다. 3D 애니메이션 전문 업체로 스튜디오까지 지니고 있던 오콘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코닉스 측은 최 대표와 프로듀서 등 2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콘은 제작, 아이코닉스는 배급과 마케팅이 주 역할이었다.
오콘은 캐릭터 설계, 3D 모델링과 시즌1의 52편 애니메이션 제작 등을 총괄했다. 뽀로로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김 대표가 "뽀로로의 창작자는 오콘"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갈등이 감지된 건 3~4년 전부터였다. 최 대표가 "내가 뽀로로 아빠"라고 주장하며 인터뷰 등 외부 활동을 부쩍 강화한 것. 이에 김 대표는 공문, 이메일 등을 통해 서운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당시 나름대로 최 대표에게 우리 입장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 조용히 표현해서 별로 변화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자신과 함께 고생하며 뽀로로를 만든 직원들을 볼 낯이 없었다. 각자 뽀로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제작자들이었다.
"난 직원들을 이끄는 대장이다. 최 대표가 본인이 뽀로로를 만든 것인 양 활동하며 우리 직원들이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참기 힘들었다."
결정적 계기를 준 건 자신의 아들이었다. 학교에서 '뽀로로 아들'로 알려진 아이에게 친구가 "너는 김씨인데 왜 아빠는 최씨냐?"고 물은 것. "아이로부터 얘기를 듣고 이렇게까지 오해가 퍼졌나 하는 생각에 충격받았다. 더 이상 바보가 될 순 없다는 생각을 했다."
김 대표는 소장을 통해 뽀로로의 저작인격권을 주장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만든 이의 인격적 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일종의 원저작자 확인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뽀로로는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지만 법적 근간으로 보자면 뽀로로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창작한 곳은 분명히 오콘"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왜 최 대표가 혼자서 뽀로로를 창조한 것인 양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아이코닉스는 훌륭했다. 같이 제작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공이 반이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내용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창작자들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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