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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은행들 고수익 뭇매...따져보고 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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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캠프 경제 자문 출신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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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박종인 경제담당 부국장 겸 금융부장, 정리=김민진 기자] 미국, 유럽의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이익이 줄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청년실업과 전세값 폭등으로 민심도 흉흉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은행권은 사상 초유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고 상대적으로 연봉이 센 은행원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싸늘하기만 하다. 금융의 상징인 미국 월가에서는 '금융의 탐욕'을 질타하는 시위가 한달이 넘게 계속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반(反)금융 시위가 열리고 있는 요즘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회관을 찾았다.
그리고 국내 최초 '금융전문 연구기관'으로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은 한국금융연구원의 김태준 원장(57ㆍ사진)을 만나 최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은행 순익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올 상반기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10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연간 실적으로는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현대건설 매각이익 등 일회성 특별이익 증가로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게 은행들의 항변이다.

김태준 원장은 꼼꼼하게 미리 준비한 듯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해명했다. 은행권의 속사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과도한 '이자놀이'로 수익을 늘렸다고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었다.
-흔히 금융업체라고 하지 않고 '금융기관'이라 부른다. 공익성을 강조한 표현인데 은행권의 올해 사상최대 수익을 어떻게 봐야하나.

▲은행의 당기순이익 증가를 언론에서는 도덕성 문제와 연결 짓곤 한다. 하지만 객관적 지표로 순이익이 왜 늘어났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 수익이 늘었다고 무조건 비판할 건 아니다.

보유증권(현대건설 주식) 매각으로 일회성 특별이익이 증가했다는 건 다 알지 않나. 작년에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덕에 건전성이 보강됐고 상대적으로 올 충당금 규모가 줄었다. 회계기준이 IFRS로 바뀌면서 거기서 4조8000억원이 늘었다. 이자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5000억원 늘었을 뿐이다. 수수료 이익도 2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런 것을 보면 이자놀이로 수익이 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수익성 대표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올 1ㆍ4분기와 2분기에 각각 2.39%, 2.36%다. 작년 같은 기간 2.40%, 2.36%보다 소폭이지만 줄었다.

이자이익이 5000억원 늘었다는 건 대출이 늘어서이지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이자수익이 늘어난 건 아니다. 구조적으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적용되다보니 시차가 있어서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은행의 건전성 유지 측면에서 보자면 한 해 이익이 얼마나 났느냐보다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왔느냐가 중요하다.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본력 확충이나 위험 대비 충당금 확충 규모 등을 같이 보면서 일례로 10년 동안 은행들이 순이익을 얼마나 냈느냐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해외은행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국내은행들이 돋보이는 요인도 있다.

-내년 전망은.

▲부실채권도 늘어나고 내년에는 어려워 질 것 같다. 가계대출 증가에 관한 정책당국의 가이드라인 등으로 대출이 늘지 않을 것이다. 금융규제도 강화돼 영업환경이 올보다 더 좋아진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충당금 규모도 다시 늘려야 할 것이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ㆍ메가뱅크는
김 원장은 연내에 사외이사 한명쯤 각 금융지주회사에 두는 게 좋겠다는 최근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사외이사를 한명 파견하는 게 아니라 국민연금의 객관적, 독립적인 지배권 확보 시스템을 마련한 뒤 그 방안으로 사외이사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분이 사외이사로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고 주주권 행사는 국민연금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측면이 아니라 기업의 자산가치,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사외이사가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자본의 놀이터로 변동성에 취약한 한국 자본시장에서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지만 객관적인 시스템이 먼저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사외이사 참여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바람직한 방안에 대해 금융연구원이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끝나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메가뱅크에 대해서는 "무조건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개별 은행의 필요와 전략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며 메가뱅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사이즈(자산)가 커야 한다는 의미에서 메가뱅크에 대한 논의가 적절하지만 덩치가 커지면 해외진출이나 해외영업에는 유리하지만 독점적 피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해외진출이나 새 비즈니스 차원에서 자본력 확충을 위한 대형화가 필요하지만 국내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칫 과잉 대출로 연결돼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

-CB(상업은행)와 IB의 중간 형태인 호주 맥쿼리은행이나 아시아ㆍ아프리카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의 사례를 국내 은행의 글로벌 전략에 적용할 필요는 없는지.

▲맥쿼리는 자산규모가 크지 않다. 미래에셋이나 산은지주 수준이다. 맥쿼리와 SC는 특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고 그걸 기반으로 M&A 등으로 몸집을 불려 성장해왔다.

비교우위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해외진출이나 M&A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대형화도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일률적으로 무엇이 나쁘다거나 좋다고 말하기 힘든 이유다.

-국내은행들은 특화나 차별화보다는 대부분 몸집 불리기에 관심을 두고 있고 상품을 베끼고 영업점을 키우는 등 비슷한 전략으로 가고 있지 않나.

▲우리는 당장 해외에 나가서 성공할 여건이나 능력이 안된다. 국내 은행들도 잘 알고 있다. 은행은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해외에 나가서 인재나 전문가를 확보하려면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게 부족하니 해외진출이 더디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과거 제조업 수출산업을 지원해 성과를 냈듯이 금융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뒷받침이 중요하다.

◇김태준 원장은
올해 봄 김 원장은 3주사이에 체중 11kg을 줄였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그 비결을 묻는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에게 집중공세를 받는데 그의 대답은 싱겁게도 '굶는다'이다.

물론 단계적으로 식사량을 줄이고 일정 기간 단식 한 후 차츰 식사량을 늘렸다. 원래 뚱뚱한 체격이 아니었지만 몸무게를 감량한 후 요요현상 없이 반년을 지냈다. 그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김 원장은 인천 출신으로 연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하다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6년간 동덕여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동덕여대 부총장을 지내기도 했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경제분야 자문위원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이 대통령 당선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상임자문위원으로 일하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거쳐 2009년 6대 한국금융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 원장은 임기가 끝난 후 "휴직 중인 학교로 돌아가는 게 지금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금융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연구원 역대 원장 중 절반은 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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