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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송지만 "넥센 후배들 정신 차려야 한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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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송지만 "넥센 후배들 정신 차려야 한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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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지난 9월 18일 목동구장. 송지만(넥센)의 어깨는 천근만근이었다. 이숭용의 은퇴로 팀 내 최고령 선수가 됐다. 그라운드를 떠나던 선배는 그를 바라보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원 없이 야구하고 명예롭게 은퇴해라. 너는 충분히 45살까지도 뛸 수 있다.”
유니폼을 오래 입는 건 송지만의 가장 큰 바람이다. 그는 올해 106경기에 출전하며 통산 2000경기를 눈앞에 뒀다. 총 1890경기를 소화해 고지까지 110경기만을 남겨놓았다. 금자탑을 쌓은 선수는 이숭용, 전준호, 김민재, 김동수, 양준혁, 박경완 등 6명에 불과하다. 송지만의 롤 모델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950경기의 장종훈이다. 송지만은 61경기만 더 뛰면 존경하는 선배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지향하는 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숭용의 격려와 같이 최대한 오래 뛰는 선수로 남고 싶어 한다.

수치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송지만은 2년 전부터 공격보다 수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덕에 올 시즌 106경기를 뛸 수 있었고 다양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는 1996년 데뷔 이후 16시즌 만에 1000득점-1000타점을 달성했다. 310홈런에도 한 개만을 남겨놓았다. 1000타점-1000득점-300홈런의 위업을 세운 건 장종훈, 양준혁에 이어 세 번째다.

의미 깊은 성과를 남겼지만 얼굴은 그리 밝지 않다. 팀이 51승 80패 2무를 기록하며 꼴찌로 추락한 탓이다. 베테랑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송지만은 책임을 통감한다. 팀 후배들을 추슬러 내년 시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넥센은 과연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송지만을 만나 넥센의 올 시즌을 돌아보고 개선점을 짚어봤다. 또 그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함께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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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송지만과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올 시즌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 106경기에 출전하며 1996년 데뷔 이후 16년 만에 1천 득점-1천 타점의 대기록을 세웠다.

송지만(이하 송) 좋은 성과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시즌 뒤면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팀이 처음으로 꼴찌에 머물렀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가 많이 든다.

스투 넥센은 막판 4연패를 당하며 51승 80패 2무로 승률 4할(.389)을 넘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모두 책임의식을 가지고 2012시즌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탈꼴찌는 그래야만 가능하다.

스투 평소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인가.

그렇지 않다. 잔소리가 비춰질 것 같아 자제한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지도자는 아니지만 코치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후배들을 쉽게 설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다.

스투 넥센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 내내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연패에 빠져도 그러했는데.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내려온 분위기다. 특별한 구속 없이 선수들이 알아서 제 할 일을 찾게 한다. 김시진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도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고. 사실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현대와 넥센 선수들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의 구성원들은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었다. 밝은 분위기가 충분히 좋은 성적의 원동력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넥센은 다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어린데다 경험도 부족하다. 기량도 타 구단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좋은 분위기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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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강한 압박이 필요했다는 건가.

그렇다. 풀타임을 뛰지 않는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와 똑같이 훈련한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나. 가령 나와 (지)석훈이의 팀 내 입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똑같은 분위기에서 같은 양의 훈련을 소화했다. 경험이 쌓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하지만 석훈이처럼 어린 선수들은 특별한 계기 없이는 그것을 알 길이 없다. 그저 코칭스태프가 지시하는 훈련만 소화하기 바쁠 뿐이다. 코칭스태프가 정해주는 일정만, 아니 남들이 하는 만큼만 노력을 한다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넥센이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한 건 모두 이 때문이다. 더 많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스투 누구보다 후배들의 부진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솔직히 답답하다. 넥센은 젊은 선수들에게 ‘약속의 땅’과 같은 팀이다. 조금만 잘하면 충분히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특정 선수의 부재로 부진했다는 건 핑계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더 많은 땀을 흘렸다면 좋은 성적은 충분히 가능했다.

스투 현대 시절처럼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팀 성적을 올릴 수는 없을까.

한화에서 현대로 건너와 놀란 점이 있다. 선수들이 김재박 감독의 야구를 따라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해하려고 했다. 코칭스태프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원하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모두 꿰고 있었다. 반면 넥센 선수들은 김시진 감독의 야구를 따라가기 급급하다. 경험마저 부족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스투 넥센은 꼴찌에 그쳐도 팬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시즌 도중 청문회 등으로 곤욕을 치른 LG와 크게 비교된다.

팬들이 선수들의 사정을 이해하기 때문 아닐까.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아직 여건은 타 팀들에 비해 열악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선수들은 참 참하다. 누구도 불평, 불만을 내놓지 않는다. 대부분이 구단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팬들도 우리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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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이숭용의 현역 은퇴로 선수단의 맏형이 됐는데.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잔소리를 늘어놓진 않을 것이다. 먼저 실천하고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요구사항을 전달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에도 정신들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몸을 혹사시킨 적이 있다. 후배들이 그런 노력들을 알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스투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시즌은 끝났지만 오늘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했다. 꼴찌의 아쉬움이 큰 나머지 일찍부터 2012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후배들도 나처럼 대비를 하는지 모르겠다. 불혹을 앞둔 나도 이렇게 땀을 쏟는데 놀 궁리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야구는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다. 단단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만 그 이상의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 다른 팀들은 현재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지금의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명예를 회복하려면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내년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스투 후배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꿰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시즌 막판 후배들을 보며 ‘시간아, 빨리 가라’라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질책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많이 나무라고 싶었다. 2천 경기 출장을 앞둔(1890경기) 나도 차분하게 경기를 뛰는데 몇 경기 소화하지도 않은 선수들이 조급해하는 걸 보면 무척 답답하다. 솔직히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몇몇 선수들이 있다. ‘경기를 뛰다보면 누구처럼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그들 나름대로는 노력을 하겠지만 한참 부족해 보인다. 1군 전력이 매년 그대로인 건 이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해서다. 모두 착하고 순하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강한 정신력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투 올 시즌을 뒤돌아보자. 지난 6월 이숭용과 함께 2군행을 통보받았다. 명분은 ‘분위기 쇄신’이었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통보받기 전날 팀이 대패했는데 9회 대수비로 출전해서 큰 연광성은 없었다. 억울했지만 수장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강진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짐을 싸며 문뜩 ‘과거 은퇴한 선수들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내몰려선 안 된다고 여기고 2군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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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함께 2군행을 통보받은 이숭용은 두 달 뒤 은퇴를 선언했다.

나 역시 언젠가 그 순간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실제로 경기 전 후배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한다. 경기장에서 에너지를 쏟지 못할 때가 되면 스스로 유니폼을 벗을 생각이다. (잠시 말을 멈춘 뒤)최근 지인들로부터 현역 은퇴 권유를 많이 받았다. 팀이 재건을 선언한 2009년부터 그러했던 것 같다. 김시진 감독은 나를 앞에 두고 그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한다.

스투 경기에 후보로 많이 출전했는데.

백업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만끽한 것 같다. 어떤 자리든 최선을 다하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넥센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스투 올 시즌을 통해 넥센이 얻은 점은 무엇일까.

무궁무진한 미래다. 프런트는 스폰서 계약을 연거푸 성사시키며 구단의 안정을 도모했다. 김시진 감독도 3년 재계약으로 팀을 잘 이끌고나갈 수 있는 여지를 보장받았고. 김 감독은 우리 팀을 가장 잘 아는 분이다. 전력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지겠지만 더 탄탄한 팀을 만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투 여느 해보다 희망이 보인다고 확신하나.

그렇다. 2008년과 2009년 주장을 맡으며 무척 힘들었다. 구단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구단의 입장을 선수들에게 이해시켜야 했고 반대로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 구단에 전달해야 했다. 중간에서의 조율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 비해 지금 환경은 크게 나아졌다. 선수들이 큰 걱정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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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구단 내 아직 계약금을 받지 못한 선수가 여럿 있는데.

선수들이 한 걸음 물러서야 되는 문제라고 본다. 구단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건 아니다. 솔직히 환경을 개선하려고 뛰어다니는 프런트를 볼 때마다 많이 안타깝다. 다른 구단에 비해 더 많은 일을 해내는데 그들이 누구를 위해 그렇게 피땀을 흘리겠나. 바로 선수들이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항상 충분한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 돈을 떼어먹는다는 소문 등은 사실무근이다. 타 구단보다 여력이 부족해 조금 늦게 지급될 뿐이다. 이는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계약금을 한꺼번에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분할해서 일정 간격을 두고 지급한다. 돈 문제를 떠나 프런트와 선수단은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태풍을 만나면 서로 힘을 합쳐 배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모두 한 발자국씩 물러설 줄 아는 미덕을 발휘한다면 팀의 미래는 분명 밝아질 것이다.

스투 올해 선수단의 주장은 강병식이었다. 내년에는 누가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김민우. 늦은 나이에 풀타임을 소화해 누구보다 젊은 선수들의 고민을 잘 안다. 나이도 적당하고. 올 시즌 팀 내 입지까지 굳혀 임무를 소화할 적격자라고 생각한다.

스투 내년이면 만 39세, 한국나이로는 40세가 된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기대된다. 불혹의 송지만이 어떤 모습일지. 리그에서 40살의 타자도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걸 꼭 증명해 보이고 싶다. 목표는 후배들의 본보기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수비든 대주자든 성숙한 플레이로 팀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스투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

외야 수비다. 대부분의 베테랑들은 은퇴를 앞두고 거의 대타로 시즌을 마감한다. 그라운드에서 많은 땀을 흘리려면 결국 수비능력을 갖춰야 한다. 방망이는 코칭스태프의 훈련만 소화해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수비는 다르다. 강한 어깨, 빠른 판단, 센스 등을 모두 유지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재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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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주전 확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수비는 당장 좋아질 수 없다. 많은 경험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사실 대부분의 젊은 선수들은 이 점을 간과한다. 방망이에만 신경을 쓴다. 타격연습만 해서는 결코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잘할 수 없다. 장기영, 강정호, 김민성, 지석훈, 박병호 등은 모두 경험이 부족하다. 좀 더 고급야구를 선보이려면 모두 수비에 전념해야 한다.

스투 수비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 팀 공격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타자는 수치에만 연연하면 기복에 빠지기 쉽다. 타격이 하향세를 그리면 수비에서 집중력을 내기도 쉽지 않고. 그런 세부적인 부분들이 모두 메워줘야 팀은 강해질 수 있다. (이)숭용이 형이 왜 2000경기를 출전할 수 있었는 줄 아나. 수비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투 후배들에게 뼈아픈 조언이 될 것 같다.

직설적으로 말해야 빨리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잘못된 건 빨리 알려주고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사실 쓴 소리를 해도 효력은 길어야 3일이다. 당장 선수단에 응집력은 생기지만 오래가진 않더라.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스투 시즌을 마감하고 겨우 쉴 수 있는 시간에도 몸을 만드는데.

야구를 시작하고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늘 좋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이제 조금 야구를 알 것 같다. 2009년부터 조금씩 경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야구와 오랫동안 인연을 함께 하고 싶다.

스투 갑자기 롤 모델이 궁금해졌다.

장종훈 한화 코치와 황병일 KIA 코치다. 두 선배 덕에 지금의 송지만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종훈 선배는 젊은 시절 우상이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었을 때 종훈 선배가 ‘후배들 가운데 롱런할 만한 선수를 한 명 꼽아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를 꼽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불혹을 앞둔 내가 존경하는 선배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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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2004년 현대로 이적한 탓에 이듬해 9월 15일 열린 장종훈의 은퇴경기를 함께 하지 못했는데.

무척 아쉬웠다. 당시 한화를 상대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종훈 선배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대주자, 대수비로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유승안 당시 한화 감독을 많이 원망했다. 사실 부적절한 기용은 아니었다. 유승안 감독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종훈이 팀 내 주루 플레이와 수비를 가장 잘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종훈 선배는 홈런도 잘 쳤지만 빼어난 수비와 주루 플레이를 동시에 자랑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수비력을 갖춰야만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 내가 지금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 건 모두 이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다.

스투 올 시즌 주전으로 풀타임 기용됐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었을까.

코리 알드리지는 20개의 홈런을 쳤다. 동일한 기회를 얻었다면 그 이상을 때렸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솔직히 알드리지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스투 장종훈이 대답했던 질문의 대상을 바꿔보자. 팀 내 ‘제 2의 송지만’이 될 것 같은 타자를 한 명 꼽는다면.

룸메이트인 (강)정호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배우려는 자세도 있고. 스프링캠프 때 정호에게 롤 모델을 물은 적이 있다. 돌아온 답변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였다. 화끈한 공격보다 매끄러운 수비에 더 눈이 간다고 했다.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타격 외에 모든 부분에서 땀을 흘린다면 분명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로 거듭날 것이다.

스투 장종훈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을 직접 몸으로 보여줬다. 강정호의 성장을 위해 앞으로 어떤 것들을 선보일 계획인가.

구단, 선수 모두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다. 자리에는 아무나 오를 수 없다. 풍부한 경험과 후배들이 본받을만한 성품이 모두 요구된다. 주장을 맡진 않겠지만 팀의 맏형으로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달해줄 생각이다. 그 형태는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다. 종훈 선배가 그러했듯 솔선수범으로 보여주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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