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사망, 애플 침체기는 필연…스마트폰 이후 IT 업계 방향타 다시 잃나
이밖에 빌게이츠도 세상에서 "스티브가 했던 것처럼 엄청난 충격을 줬던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 영향은 이후 많은 세대에도 미칠 것입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금까지 스티브 잡스는 세계 IT 시장의 흐름을 먼저 읽고 가장 먼저 움직이는 '퍼스트 무버'로 활약해왔다. 기업에서 사무실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을때 개인용 PC 시대를 열고 디지털 음악 시대를 예견하며 아이튠즈를 만드는 등 잡스는 IT 업계 침체기 마다 특유의 창의력으로 붐을 이끌어냈다.
천재 스티브 잡스는 IT 업계 전체를 뒤흔들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발표하는 제품에 따라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세계 부품 시장이 흥망성쇠를 겪고 침체기에 빠진 IT 산업을 단숨에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시키며 부흥기로 바꿔왔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4S에 전 세계 IT 종사자들이 큰 실망감을 표시했듯이 잡스의 부재는 컸다.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이 구심점을 잃으며 IT 업계의 권력이동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세계 IT 시장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애플이 어떤 제품을 발표하느냐에 따라서 시장이 움직여왔다. '카피 캣'이라는 오명을 사도 애플이 내 놓은 방향타를 조준하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IT 업계에 준 교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 어느 것 하나도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최고의 하드웨어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보장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잡스 사후 IT 업계를 이끌 후보군으로 구글과 삼성전자가 떠오르고 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는 물론 인터넷 관련 서비스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는 이미 아이폰에 사용하는 iOS의 점유율을 넘어선지 오래다. 처음부터 구글은 창업자나 경영진에 좌지우지 되는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세계 IT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높다.
구글이 먼저 시작한 클라우드 시장에 애플이 뛰어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삼성전자가 주목 받을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자칫 스마트폰 이후 IT 업계가 방향타를 다시 잃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IT업계는 PC 시장의 정체가 시작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성장 정체를 이겨내왔지만 그 다음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로 인해 전 세계 IT 업계가 특허소송에 빠지는 등 대혼란을 야기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내 놓은 제품들로 IT 업계가 탈출구를 삼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일종의 방향타 역할을 했던 스티브 잡스의 퇴장 이후 글로벌 IT산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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