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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유의 한식 프로젝트 ③ 장맛 참 아깝다, 한국만 먹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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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장맛에만 기댈 수는 없다. 그러나 완벽한 장맛은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장에 있어 기본이라 할 간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인정받을 소스다. 이것을 연구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를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 먼저, 우리가 알고 내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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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에는 시급한 문제가 많은데 그 가운데 ‘다양한 소스 개발’을 지적하는 이가 많다. 필자 또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요소 중 하나가 소스다. 서양 요리는 소스 의존도가 높다. 흔히들 ‘서양 요리는 소스 맛’이라고 할 정도다. 프렌치 요리의 경우, 소스의 섬세함을 요하는 요리에는 소스를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의 대부분을 들이곤 한다.

몇 해 전 미국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소스에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봤다. 우리가 진한 곰국을 끓이듯 정성스레 스톡(육수)과 소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서양요리의 소스가 왜 발전했고, 맛있을 수밖에 없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한식에 있어서의 소스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한식의 맛은 복합적이다. 단맛·신맛·짠맛·쓴맛의 기본 맛에 감칠맛에 매운맛 등이 더해져서 맛있는 요리가 결정된다. 달리 말하면 발효식품이 기본이 되어 복잡한 한식의 맛을 완성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한식의 바탕이 되는 발효식품들은 사람이 만드는 음식이지만 자연과 함께 느리게 완성된다. 그중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간장은 콩으로 만든 고유한 발효식품으로 한식의 맛을 내는 기본 조미료다. 자연의 바람과 햇볕, 오랜 시간이 어우러져 ‘몸에 이로운 깊은 맛’이 완성된다. 이러한 간장은 한식소스를 개발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다. 소스뿐만이 아니라 한식요리치고 간장이 들어가지 않는 요리가 몇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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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간장의 ‘간’은 소금의 짠맛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간’ 안에는 짠맛 단맛, 감칠맛들의 조화를 이루어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소스가 간장이다. 필자는 간장을 와인에 비유하곤 한다. 제대로 담근 간장은 수십 년이 지나면 좋은 빈티지의 와인 못지않은 맛과 품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담양의 한 종가에서 진장(5년 묵은 간장)과 씨간장(햇간장을 만들 때 넣는 묵은 간장)을 맛보면서 나파 밸리(캘리포니아주의 와인생산지)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장맛이라도 그 맛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될 순 없다. 그렇다면 요리를 하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 모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전통적인 조리법은 지키되, 간장을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양념에 간장을 넣을게 아니라 간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조리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우리간장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필요도 있겠다. 여기서 우리의 간장은 5년 된 양조간장이 될 수도 있고, 오래 숙성 되어 깊은 맛이 나는 종가의 진장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의 간장에도 지역별 숙성의 방법이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간장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제 미국과 유럽등지의 유명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본의 간장을 사용하는 셰프를 만나는 건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일반 가정집에서도 기본 조미료로 구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우리의 간장의 우수성을 알릴 때가 왔다. 새로운 한식을 연구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간장의 쓰임을 찾아야 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우리간장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머지않아 한식의 장맛을 보러 우리나라로 여행 오는 관광객들이 분명 많아 질 것이다. 그들에게 ‘완벽한 우리의 장맛’을 보여주자.


글_ 토니 유


토니 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쿠아 레스토랑' 등을 거쳐 현재 청담동 한식 레스토랑 'D6'에서 총괄 셰프를 지내고 현재 자신의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2011 농림수산식품부 ‘미(米)라클 프로젝트 멘토 셰프로도 활동 중이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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