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올해 1월3일 취임사를 통해 "저축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신속하게 정리해 불필요한 위기 확산 우려를 방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대책반장' '해결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저축은행의 환부를 도려내기 시작했다. 취임 직후 삼화저축은행을, 2월엔 부산ㆍ대전저축은행을 잇따라 영업정지시켰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들도 함께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시장이 의구심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초강수를 둔 것이 문제해결보다는 시장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은 이때부터였다.
게다가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자,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금감원 임직원들과 간부는 물론 김 위원장의 오른팔로 불리던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마저 저축은행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명목으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며 금융당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갖가지 진통끝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었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제일 큰 숙제는 예금자들의 불안을 최대한 불식시켜 추가적인 뱅크런을 막는 데 있다.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는 게 당국의 공식 발표지만, 예금자들이 당국을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명동 토마토2저축은행을 찾아가 예금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신중한 태도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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