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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생각의 '할인율'을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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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생각의 '할인율'을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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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물건이나 백화점에만 '할인'이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의 생각에도 '할인'이 있다.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보다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게 바로 생각의 '할인'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가 노벨과학상에서 제외된 분야에 대해 주는 크라포르드 상을 받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인간 생물학자인 폴 에얼릭과 스탠퍼드 대학교 생명과학부 선임 연구원인 앤 에얼릭. 과학자 부부인 이들은 '진화의 종말'에서 이 생각의 '할인'을 지적하며 기후 파괴와 같은 문제에 대해선 할인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가깝거나 먼 미래에 지구 가열화 등으로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므로, 지금 더 큰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지구 가열화와 관련해 들어갈 수 있는 비용으로 이들 부부가 꼽은 건 해안가가 물에 잠겼을 때 그 곳에 있는 인프라를 옮기는 것, 강수 양상의 변화를 따라가려 수로와 관개 체계를 재정비하는 것, 파괴된 여러 생태계 용역을 되살리는 것 등이다. 이 같은 비용들 때문에 지금껏 적은 비용으로 쓸 수 있었던 자원을 다른 곳에 써야 하며 생활수준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에얼릭 부부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즉 '할인율'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에얼릭 부부가 꺼내든 건 숲 이야기다.

상수원 근처에 숲을 가진 토지 소유자가 있다면, 그는 숲에 돈을 묶어 둘 때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당장 나무를 베 그 돈을 안전한 곳에 투자했을 때 얻는 수익을 비교해 볼 것이다. 숲을 그대로 둘 경우 얻게 되는 유익한 외부 효과로는 하류 홍수 감소, 강 침식 감소, 어획량 유지, 야생 서식지 보존,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 격리, 기후변화 개선 등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토지 소유자들은 이처럼 숲 보존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무시하고 숲에 있는 나무들을 조급하게 베어 버린다. 에얼릭 부부는 미래 세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외부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돈을 선택한 이 토지 소유자의 얘기에서 사람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 특히 미래 환경에 대해 생각을 할 때엔 시장 시세엔 포함되지 않는 윤리적인 문제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하는 에얼릭 부부가 미래 대처법으로 또 하나 내놓은 건 바로 '세계화'다. 에얼릭 부부는 생태학자들은 대체로 경제 세계화를 안 반긴다고 단호하게 꼬집는다. 경제 세계화는 환경문제의 세계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관련해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건 '연관성'이라는 게 에얼릭 부부의 말이다.

캐시미어와 기침 사이의 연관성이 하나의 사례다. 캐시미어는 염소의 거친 보호용 털 밑에서 얻는 자원이다. 이 섬유조직을 이용해 부드러운 털실을 만들고 이 털실로 스웨터 등을 만들게 된다. 문제는 캐시미어 산업에 큰 도움을 주는 염소 떼가 중국과 몽고 국경 지대에 지나치게 몰려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 급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했던 염소 사육 확대는 결과적으로 건조하고 메마른 아라산 고원의 목초지를 사막으로 만들어 놨다. 이 때문에 거대한 흙먼지 폭풍이 먼지 구름을 만들게 됐고, 이게 미국까지 넘어가 사람들의 기침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미래 환경 문제에 대처할 땐 늘 이 연관성을 기억해야 한다는 에얼릭 부부의 말은 '진화의 종말'이 담고 있는 거대한 이야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에얼릭 부부는 '진화의 종말'에서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는 존재가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을 했는지, 환경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인간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생태학, 기후학, 인구학 등 넓은 분야와 관련 지어 풀어낸다. 그야말로 인간과 진화, 그리고 환경의 문제를 망라했다는 느낌을 줄 만큼 이 책은 치밀하고 꼼꼼하다.

진화의 종말/ 폴 에얼릭ㆍ엔 에얼릭 지음/ 하윤숙 옮김/ 부키/ 2만3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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