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 이혼' 신청↑…'경제적 독립' 영향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최근 아시아 국가의 여성 이혼 신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아시아 여성들이 전통적·보수적 가치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강해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베트남에서 이혼한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전통적인 유교 사회에서 베트남 여성이 이혼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응옌 뚜 트랑(24)은 "베트남에서 이혼은 가족들의 오점으로 인식되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라면서 "내 이혼에 대해 엄마는 매일 울며 슬퍼했지만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소재 유엔인구기금 트란 타이 반 부대표는 "전통적으로 베트남 여성들은 자기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내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면서 "그러나 현대 베트남 여성들은 그녀의 사회지위와 소득 수준이 나아져 전통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이혼 증가, 사회·경제 서구화 영향 = 베트남의 경제 성장이 여성들에게 경제 자립의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시 지역 여성들의 이혼 신청이 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베트남의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젊은 사람들의 이혼 소송이 늘고 있다"면서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세계 경제 통합이 되면서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가 서구식 사고를 받아들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이혼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부부합의하에 이혼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법률 개정이 이뤄진 2005년 이후로는 50% 가까이 높아졌다.
베트남 대법원에 따르면 2010년 8700만쌍의 부부 중 8만8591쌍이 이혼했다. 2008년에는 6만5351쌍, 2009년에는 7만9769쌍 등 매년 1만쌍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이혼율은 8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정부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의 이혼율은 2002년 1000명당 0.9명에서 2010년 1000명당 2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와 같이 베트남의 이혼 소송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비효율적인 법원 제도 탓에 신속한 처리가 진행되지 못한다고 FT는 전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이혼 소송을 전담하는 가정 법원 설립 제안을 고려 중이다.
◆이혼 주도권 '남성'에서 '여성'으로 = 아시아 여성들이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재정 압박, 생활방식 차이, 간통, 학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베트남 사회연구원은 전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는 "베트남 남성들은 결혼 생활의 고난에서 한숨 돌리기 위해 성매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여성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이혼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 법원은 최상류층 부부 중 부인이 5억 달러 자산 분배에 대해 판결을 신청했지만 이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이는 베트남 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의 보수적 성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베트남 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차별이 많은 여성들에게 불행과 폭력에서 탈출해 이혼을 결심하도록 하는 것을 아예 포기하도록 하기 때문에 실제로 베트남에서의 부부 문제는 공식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는 이혼이 사회의 심각한 쟁점이 되고 있다. 베트남 흥옌주의 지방 국영방송에는 '가족의 날(6월28일)'을 맞아 "어떻게 이혼율을 감소시킬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토크쇼를 방영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최근 단편 모음집 '남자들이 저지른 101가지 어리석은 실수'의 저자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이혼한 여성들은 바람직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더 잘 운용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통 사회에 얽매여 불행한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무급 성매매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베트남의 전통 사회의 가치가 퇴보함에 따라 이혼율은 급속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혼이 자신과 가족·친지의 명성에 해가 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만 없다면 베트남 여성의 이혼 신청률은 80%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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