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뤽 베송의 '콜롬비아나'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대개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난해한 '아트하우스(Arthouse)' 영화를 생각한다. 사실 맞는 이야기다. 베니스, 베를린과 함께 세계 예술 영화의 성지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를 굳이 들먹일 필요는 없겠다. 1895년 '기차의 도착' '뤼미에르 공장의 출구' '물 뿌리는 정원사' 등 모두 10편의 활동사진을 공개하며 영화 역사의 화려한 시작을 연 것이 바로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들이었던 사실을 떠올릴 것. 이후 영화는 대서양 너머 할리우드에서 거대한 문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유구한 영화 역사를 가진 프랑스는 현재까지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끌로드 샤브롤 등 많은 예술 영화 감독들을 배출하며, 할리우드의 딱 반대편에 위치한 예술 영화의 맥을 이어가는 대표 나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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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프랑스에 예술 영화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뤽 베송이 그 대표 주자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유성 영화 '마지막 전투'로 감독 데뷔한 뤽 베송은 이후 '니키타' '레옹' 제5원소' 등 '유사' 할리우드 장르로 나아갔다. 연출작뿐 아니라 '택시' 시리즈나 '테이큰' ''트랜스포터' 등 그가 제작한 영화들은 모두 철저한 상업 영화였다. 뤽 베송이 제작하고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트랜스포터 3')이 연출한 '콜롬비아나 Colombiana'는 프랑스 상업 영화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암흑 조직에게 부모를 무참히 살해당한 소녀 카탈레야(조이 살다나 분)가 여전사로 성장, 부모의 죽음과 관계된 인물들을 순서대로 처단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뤽 베송 감독의 출세작 '니키타'가 자동적으로 '데자뷔(Deja-Vue)'된다.
자신을 쫓는 적들을 피해 어린 카탈레야가 콜롬비아 보고타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영화 서두의 추격 장면은 산뜻하다. 맨몸으로 건물이나 다리, 벽을 오르는 일명 '야마카시 Yamakasi'를 떠올릴 정도로 속도감 있는 촬영과 편집이 눈부시다. 그러나 뻔한 드라마투르기로 일관하는 내러티브 전개는 '콜롬비아나'의 발목을 잡는다. '복수'라는 직접적이고도 절대적인 명분 탓에 카탈리아를 포함한 모든 캐릭터들은 지극히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카탈레야가 벌이는 일련의 비이성적인 행동들의 근원은 모두 '복수'와 '사랑'이라는 투다. 이야기와 등장 인물들이 매력적이지 않으니, 중간중간 현란한 액션들이 끼어들 수 밖에 없다.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액션으로 차별점을 두려고 했지만, 우리는 이미 안젤리나 졸리라는 '철옹성'을 목격했다.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아바타'의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 '네이티리'로 뜬 조이 살다나는 아직 안젤리나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프랑스 상업 영화인 '콜롬비아나'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야 산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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