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삼성·LG, 체면을 때려 치워라!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무사족(女武士族)인 '아마조네스'를 아십니까?
그리스어인 아마조네스는 민간어원에 따르면 없다는 뜻의 ‘아’와 유방을 뜻하는 ‘마조스’를 합친 것으로 여성 전사들이 활을 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오른쪽 유방을 제거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마조네스는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전투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제거했고 이를 감수한 셈입니다.
지난 4월 LG전자를 퇴사한 한 연구원이 구본준 부회장에게 보낸 메일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동안 LG전자에서 겪었던 일종의 좌절스러운 상황을 개선해 달라는 일종의 ‘충정’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말로만 혁신을 하는 회사 분위기, 위험을 무릎쓰지 않고 개발단계부터 수익을 따지는 관행, 보안을 이유로 필요한 인터넷 사이트마저 막아버리는 과도한 행정, 토론없는 상명하달식 문화를 지적하며 이 같은 점이 바뀌지 않으면 향후 발전을 담보할 수 없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LG전자보다는 근무환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맹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연구원들이 마음놓고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타이트한 조직문화, 승진에 대한 압박 등을 그는 털어놨습니다. 특히 자유로운 토론문화에 의한 성과도출은 상명하달식 관행으로 종종 보고서류에도 올라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 마디로 세계 1, 2위를 다툰다는 삼성과 LG전자가 외형이 커진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들 합니다.
삼성과 LG에는 제품이든 소프트웨어든 일단 시장에 내놓으면 단 하나의 오류도, 판매부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실패에 대한 수치를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브랜드 명성 지키기가 조직문화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브랜드의 아름다움에 먹칠을 할 각오가 서 있지 않은 셈이겠죠.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개인용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했습니다. 완벽주의자인 잡스는 팀원들을 강하게 압박하기로도 유명하지만 혁신제품을 완벽하게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받아들이는데도 능숙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출시한 매킨토시가 오류를 일으켰을 때 그 개선점을 찾기에 바빴지 관계자 문책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벼룩의 자기제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벼룩 몇 마리를 어항에 놓고 그 위를 유리덮게로 막아 놓으면 그 유리에 계속 해서 부딪힌 벼룩들은 나중에 그 덮개를 치우더라도 어항 밖으로 튀어오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어항속에는 튀어오르고 싶은 소프트웨어 연구원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들이 실패의 두려움이라는, 브랜드의 명성이라는 유리덮개에 계속해서 부딪히면 그 결과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에 의한 초일류기업으로의 변신이 아니라 하청업체로 전락한 하드웨어 기업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그 유리덮개를 과감히 치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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