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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 시선]박찬호에게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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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 시선]박찬호에게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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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고려대 4학년이던 1992년, 박찬호(오릭스)는 한양대에 갓 입학한 새내기였다. 그해 맞대결의 기회는 없었다. 박찬호를 상대한 건 다음해인 1993년부터였다. 상무에 입대한 뒤로 한양대와 많은 경기를 벌였다.

그 결과는 흥미롭지 못했다. 대부분이 볼넷이었다. 박찬호에 대한 필자의 첫 기억이다. 그해 말 인연은 조금 더 깊어졌다. 발탁된 국가대표 팀에서 박찬호와 한 방을 쓰게 됐다. 그 덕에 서로 사소한 부분까지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박찬호는 참 철저한 후배였다. 항상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2달치의 파스와 의약품을 챙겨 다녔던 것도 인상 깊었다. 운동 뒤에는 늘 냉탕과 온탕을 여러 차례 오가며 피로 회복에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지켜보며 필자는 박찬호의 성공을 조심스레 예견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는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국가대표 팀의 모든 선수들이 박찬호의 성공을 예상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그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공을 일부러 고르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어떤 공이든 적극적으로 덤빈다. 당시 박찬호의 제구는 정교하지 않았다. 대신 강속구를 던졌다. 미국에서 박찬호가 성공을 거둔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다저스의 연고지는 한국 교민이 많은 LA다. 낯선 환경에서의 어려움을 최대한 피할 수 있었다. 토미 라소다 감독의 적극적인 지원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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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신나는 활약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여파에 휩싸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했다. 그가 ‘야구영웅’으로 거듭난 건 당연했다.

어느덧 2011년. 박찬호는 정든 메이저리그 무대를 떠났다. 대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구단과 입단계약을 맺었다. 선발투수를 향한 열망이 빚어낸 결단. 이는 한국 복귀를 염두에 둔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택은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다. 현미경 야구를 하는 일본은 상대를 세밀하게 연구해 약점을 파고든다. 더구나 박찬호는 더 이상 강속구 투수도 기교파 투수도 아니다. 일본리그 진출은 1994년의 현명한 선택과 전혀 상반된 결정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찬호는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불혹이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둬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잘못해서 큰 아픔을 겪었다. 박찬호만큼은 나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길 바란다. 그라운드와 멋진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모두 도와주자. 찬호야. 힘내라.

마해영 ISP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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