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이젠 단순한 성과급제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연대를 통해 스탠다드차타드(SC)의 이중성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3일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이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이대로 복귀할 수 없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다"고 속초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성과급제 도입으로 촉발된 SC제일은행 파업이 점점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업의 도화선이 된 전직원 성과급제 도입에 대해선 금융권 안팎에서 찬반양론이 뚜렷하다. '고비용 저효율'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국제화되려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찬성 의견과 성과제가 시행되면 은행이 단기수익 달성에 치중해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런데 노사 양측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성과급제 도입'문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아니란 생각이다. 성과급제가 사태를 촉발한 것은 맞지만 그동안 쌓였던 노사 불신이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소통'과 '불신'이다. 속초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 사측의 태도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사측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조가 어떤 말도 들으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성과급제를 떠나 이미 예고된 파업"이란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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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전년대비 25%나 줄었다. 당연히 경영진은 전세계 SC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과급제를 한국에도 도입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일은행 인수 후 6년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토착경영' 실패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때만 되면 한국철수설이 나오고 있고 부동산 매각과 지점폐쇄, 고배당 등에 대한 의혹도 많다. 사회공헌에도 인색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비용은 3.2%에 그쳐 국내 은행 평균(6.3%)을 크게 밑돌았다.


파업이 길어지면 노사 양측간 자존심 싸움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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