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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총장 사퇴.."사태의 핵심은 합의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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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김준규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검찰의 뜻에 반해 수정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기로 했다.

김 총장은 4일 오후 2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8층 소회의실에서 대검 참모진과 간부검사들이 참가하는 확대간부회의 주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휴가를 내고 청사를 떠나 더 이상 출근하지 않고, 퇴임식은 사표 수리 이후 가질 예정이다. 사표 수리 여부는 아프리카 3개국 순방길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11일 이후 정해질 전망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법률상 직무대행자인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가 차기 검찰총장이 내정될 때까지 검찰총장의 직무를 대신하게 된다.

김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속으로는 ‘간’이 녹아 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라며 그간의 심경을 전했다. 특히 김 총장은 직접 준비한 A4 용지 3장 분량의 `사퇴의 변'을 통해 “Pacta Sunt Servanda(팍타 순트 세르반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이번 사태의 핵심은 (대통령령이냐 법무부령이냐의 문제보다) 합의의 파기”에 있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김 총장은 그러나 “검사들은 공직자로서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들만을 바라보고, 국민들과 생각을 같이 해야 합니다”라며 후배 검사들에 대해 국회의 의결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당부를 전하고, 퇴임 전 검찰총장의 마지막 권한 행사로 앞서 제출된 검사장급 고위 간부 및 평검사들의 사직서와 사퇴의사를 모두 반려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검 중수부를 비롯 전국에서 진행중인 저축은행 비리관련 수사에 대해 “끝까지 수사하고 끝장을 봐주길 바랍니다”라고 철저한 수사를 강하게 부탁했다.

대검 관계자는 앞서 지난달 29일 이날 입장 표명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김 총장이 막판까지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동요로부터 신속히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즉각 사퇴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했다.

특히 수사권 조정 협상과정에서 검찰의 ‘입’과 ‘두뇌’를 책임진 홍만표 기획조정부장 등 대검 참모진과 일부 평검사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조직의 불필요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일각에선 김 총장이 오는 8월19일까지인 임기를 한달반여 남겨둔 상황에서 청와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퇴를 강행하면 오히려 검찰 조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사퇴 시점을 늦추거나 사의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김 총장은 심사숙고 끝에 즉각 사퇴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달 30일 세계검찰총장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으나, 이 대통령은 `검찰이 어려우니 총장이 중심을 잡고 일하라'며 사의를 즉각 반려했다.

그간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격쟁을 벌인 검찰과 경찰은 진통 끝에 지난달 20일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수정의결하자, 검찰은 대검 수뇌부가 집단 사의를 표명하고 지방의 일부 평검사들마저 동참하는 등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김 총장의 거취 표명 발언이 뒤따랐다.

김 총장은 수정된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합의와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 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4일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혀 자진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한편, 법조계에선 김 총장의 뒤를 이을 검찰총장 후보로 박용석 대검 차장(56)ㆍ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52)ㆍ차동민 서울고검장(52ㆍ이상 연수원13기), 노환균 대구고검장(54ㆍ연수원14기) 등이 물망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총장의 임기가 이 대통령의 퇴임(2014년 2월) 이후인 그해 8월까지임에 따라 이 대통령이 '가장 믿을 만한' 인물을 발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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