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부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산재보험에 가입했느냐'고 물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산재보험이 어떤 보험인지, 그리고 의무보험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고나서부터다. 그렇게 물어보면 잠시 생각하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마 가입했을 거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한 걸 물어본다고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건설현장같이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잘 알고 있겠지만 산재보험은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쳤을 때 이를 치료해주고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또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서비스도 지원한다. 산재보험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으로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국가를 대신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근로자가 아니라면 가입 대상이 아니고 보험료도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근로자는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서도 잘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의무보험이다. 근로자가 1인 이상인 사업장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스 트럭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도 당연가입대상이 되었다.
현재 산재보험에는 약 154만개소 사업장에 1350만여명의 근로자가 가입되어 있다. 산재보험은 직장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다.
작년 한 해에만 10만명에 가까운 근로자가 재해를 입었고 사망 사고도 2200명이나 되었다. 하루 평균 270명의 근로자가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는 있는 셈이다. 업종별 재해자 수는 '제조업'이 3만40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비스업'이 3만3166명이었고 건설업 2만2502명, 운수창고통신업 4362명, 임업 2164명 등이었다. 규모별로 보면 '5~49인 사업장'이 절반에 육박하는 4만7157명이었다. 뒤이어 '5인 미만'이 3만2628명이었고 50~99인 6916명, 100~299인 6235명 등이의 순이었다. 공단에서는 사업장의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사업장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산재보험을 안내하고 있다. 또 6월을 집중 홍보 기간으로 정해 아직 가입돼 있지 않은 사업장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집중 홍보 기간 신규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한 사업주에게는 소속근로자의 업무상재해 발생 시 전액보상과 고용보험의 각종 지원금, 장려금 지급, 실직 근로자에게 실업급여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보험료 부담 등을 이유로 가입을 미루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커다란 재해를 입었을 때 근로자나 사업주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사업주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자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재해근로자는 사업장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산재보험에서 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 의무는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해가 났을 경우 그동안 연체된 보험료는 물론 재해근로자에게 1년간 지급되는 산재보험금의 50%를 부담해야 하는 불이익이 있다.
산업재해는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는 항상 중요하다. 사전에 적은 비용으로 산재보험을 가입하면 근로자는 물론 사업주 자신에게도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행에 미리 대비하는 사업주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윤창섭 근로복지공단 보험재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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