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라브루스트실. 세계 최고의 독서가로 알려진 알베르토 망구엘은 낮의 도서관을 질서의 세계로, 밤의 도서관을 흥미진진한 혼란으로 정의했다. 밤에도 도서관은 살아있다. 사진=세종서적 제공.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라브루스트실. 세계 최고의 독서가로 알려진 알베르토 망구엘은 낮의 도서관을 질서의 세계로, 밤의 도서관을 흥미진진한 혼란으로 정의했다. 밤에도 도서관은 살아있다. 사진=세종서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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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나라를 지키려면 때론 배신도 해야 하고,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땐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남긴 말이다. 마키아벨리가 이토록 확고한 정치사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곳의 힘이었다. 그는 밤마다 그곳을 찾았다. 집에 돌아와 낮 동안 일하면서 먼지와 땀을 뒤집어 쓴 옷을 벗고 궁전복을 입은 그의 발길이 멈춘 곳. 바로 서재다. 그는 장중한 궁전복을 입고 매일 밤 옛 현인들과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그는 그렇게 글의 세계에 파묻히기를 즐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로 기억력 훈련을 하려 주로 밤에 서재를 찾았던 마키아벨리처럼 '밤의 도서관'을 즐긴 또 다른 인물이 있다. 세계 최고의 독서가로 알려진 알베르토 망구엘이다. 부엌과 현관까지 늘어선 책꽂이에 더 이상 책을 꽂을 수 없게 된 때에 프랑스 루아르강 근처에 자신만의 도서관을 마련한 그는 낮의 도서관을 질서의 세계로, 밤의 도서관을 흥미진진한 혼란으로 정의했다. 낮에는 주제에 따라 맞는 책을 찾아 읽지만, 밤이 돼 질서와 관례가 무너지면 좀 더 자유롭게 많은 책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면서, 밤의 도서관을 누비면서 그는 '도서관'이라는 공간 속에 녹아든 갖가지 키워드를 꺼내든다. 신화, 그림자, 우연, 생존에서부터 상상, 정체성까지.

도서관과 그림자. 이 두 단어를 같이 떠올리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어떤 도서관이나 배타적이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이 문장으로 그림자라는 키워드를 풀어낸다. 아무리 큰 관점에서 선택을 한다고 해도 공간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그 많은 책들이 모두 도서관에 꽂힐 수는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끝나면 부재(不在)로 이루어진 그림자 도서관이 생기게 마련이다. 모든 도서관은 운명적으로 어떤 선택의 결과이며, 선택이 있을 때마다 배척이 뒤따른다.


그림자 도서관을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권력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책 추방에 있다.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도서관에서 '돈키호테'를 모두 없애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돈키호테'에 시민 불복종을 옹호하는 구절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의 한 장관이 언젠가 '피노키오'를 비난했던 이유는 더 기막히다. 고양이가 눈 먼 척을 하고 여우가 절름발이 흉내를 내면서 장애인을 우롱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도서관은 그림자와 연결된다.

또 다른 키워드, 생존은 도서관과 무슨 인연이 있을까. 알베르토 망구엘의 얘기는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9월 나치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확장해 비르케나우 자작나무 숲에 가족 수용소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31호로 불리는 분리된 구역이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만을 수용하는 곳이었다. 31호 구역에는 러시아어 교과서, 기하학 교과서를 비롯해 책 8권으로 이뤄진 비밀 도서관이 있었다. 책은 몇 권 안됐지만 31호 구역 카운슬러를 맡은 유대인 수감자는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 읽은 책의 내용을 들려줬다. 매번 다른 이야기들이 전해졌고, 이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받고 또 반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림자와 생존 이외에 다른 키워드들이 도서관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가 궁금하다면 '밤의 도서관'을 펼쳐보라. 세상 모든 기록들을 다 담겠다는 열망에서 세워졌다가 정작 자신에 대한 기록은 남기지 못한 채 불타 없어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700년 동안 5만권에 이르는 필사본과 그림을 간직하고 있었던 중국 서부의 모가오 굴 서고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수많은 도서관들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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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세종서적/ 1만8000원

[BOOK]夜, 도서관은 살아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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