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환헤지 통화파생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항소심에서 법원이 다시 한번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결정이 앞으로 진행할 항소심은 물론 형사소송에서 검찰의 기소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피해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3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이종석 부장판사)는 수산중공업이 키코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방적으로 한쪽에게 불공정한 상품이 아니라는 기존의 판단을 그대로 이어간 셈이다.

재판부는 키코계약을 통해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당시 환율 추이와 전망을 고려했을 때 일방적으로 기업에 불공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체결된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공정성 여부를 가려야하며 이후 상황으로 인해 손실을 본 내용은 판단기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계약 당시 은행이 키코상품의 구조나 위험정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기업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기업의 기존 파생상품 등의 거래경험으로 비춰볼 때 키코계약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은행들이 제로코스트라고 속였다는 기업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은행이 수수료를 전혀 갖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말 키코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첫 항소심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당시 소송에서도 진 110여개 기업이 여전히 소송중인데다 일부 피해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형사고발한 건에 대해선 조만간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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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기업 모임인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판결 후 성명을 내고 "법원은 또 한번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피해기업을 외면하고 사기를 친 은행들을 비호했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키코란?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준말로 환율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가입하는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다.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넘어서면 계약금액의 몇배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팔도록 설계됐다. 2008년 당시 환율급등으로 피해기업이 늘어났고 은행측과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중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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