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의 징후는 제3세계 국가들에서 먼저 드러난다. 선진국에서는 웬만한 식량위기 징후는 다른 문제에 묻혀 버리거나 당장에 닥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노출되지 않을 뿐이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러한 식량파동과 식량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수요 측면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거대 신흥공업국들이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축산물의 소비가 늘어나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사료곡물의 수입수요가 함께 급증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곡물재고율이 불과 5년여 사이 소비량의 약 30%에서 15%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한 점,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곡물 생산비 및 운송비 상승,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 소수의 다국적 곡물 메이저가 지배하는 국제 곡물시장의 과점적 구조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류가 겪고 있는 식량위기는 경쟁력 지상주의와 물질주의, 생명ㆍ생태ㆍ자연ㆍ환경과 같은 지속 가능한 가치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지 16년이 지났건만 인류의 식량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어 세계는 심각한 식량파동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자국의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반면 개도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은 식량위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인간 존엄성의 훼손과 생존권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식량위기는 선후진국 모두에 닥칠 수밖에 없는 인류 최대의 위기임이 틀림없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농산물 수출 선진국들은 농산물 시장의 무조건적 개방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각국의 식량주권, 식량안보,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류 전체의 식량문제 해결 방안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류와 생명, 생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문명의 유지ㆍ발전이 가능하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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