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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인류 식량위기, 팔짱끼고 있을 처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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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식량문제를 화두로 꺼내면 우리 사회는 대체로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얘기쯤으로 간주한다. 다이어트를 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는 현실에서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세계를 들여다보면 식량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식량위기의 징후는 제3세계 국가들에서 먼저 드러난다. 선진국에서는 웬만한 식량위기 징후는 다른 문제에 묻혀 버리거나 당장에 닥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노출되지 않을 뿐이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의 수많은 제3세계 국가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폭동이 일어나 사람이 죽는 등 심각한 식량파동을 겪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년 아사 직전에 있는 인류가 전 세계 70억명 중 10억4000만명을 넘고 있고 40억명이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타국에는 시장개방을 강요하면서도 앞다퉈 자국의 농업ㆍ농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해외식량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개도국은 개도국대로 미래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러한 식량파동과 식량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수요 측면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거대 신흥공업국들이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축산물의 소비가 늘어나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사료곡물의 수입수요가 함께 급증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곡물재고율이 불과 5년여 사이 소비량의 약 30%에서 15%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한 점,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곡물 생산비 및 운송비 상승,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 소수의 다국적 곡물 메이저가 지배하는 국제 곡물시장의 과점적 구조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세계적 식량난의 또 다른 원인은 농업ㆍ농촌의 본질적 가치와 식량안보, 식량주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천박한 경제지상주의의 만연에 근거한다. 농업을 단순히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산업 정도로 이해할 뿐이다. 경관을 유지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전통문화를 유지ㆍ계승하고, 자연과 생명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능, 즉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식량안보, 식량주권 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도외시한다. 경쟁력만을 한 산업의 존립가치로 파악하려는 저급한 철학의 만연은 가뜩이나 재원이 부족한 이 지구상의 수많은 제3세계 국가들과 식량수입국의 농업ㆍ농촌을 피폐하게 만들거나 사라지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류가 겪고 있는 식량위기는 경쟁력 지상주의와 물질주의, 생명ㆍ생태ㆍ자연ㆍ환경과 같은 지속 가능한 가치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지 16년이 지났건만 인류의 식량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어 세계는 심각한 식량파동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자국의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반면 개도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은 식량위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인간 존엄성의 훼손과 생존권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식량위기는 선후진국 모두에 닥칠 수밖에 없는 인류 최대의 위기임이 틀림없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농산물 수출 선진국들은 농산물 시장의 무조건적 개방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각국의 식량주권, 식량안보, 농업ㆍ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류 전체의 식량문제 해결 방안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류와 생명, 생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문명의 유지ㆍ발전이 가능하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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