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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여행을 보내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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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일 KBS2 오후 5시 20분
이경규는 말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오래 전부터 “앙숙 커플”, “톰과 제리”로 불린 김국진과의 동반여행을 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그렇게 드러냈다. 그러나 이경규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말을 잘라먹는 전현무와 은근슬쩍 맏형을 공격하는 겁 없는 막내 윤형빈으로도 모자라, 결국 김국진과도 한 팀이 됐다. 제작진의 이러한 결정은 잔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꽤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만약 이경규가 늘 자신의 수족 노릇을 하는 이윤석과 동행했다면, 김국진이 편한 동갑내기 친구 김태원이나 꼼꼼한 살림꾼 양준혁과 함께 떠났다면, 그곳이 제아무리 평소에 감춰둔 본모습마저 드러난다는 야생길이라 할지라도 기존의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경규와 김국진의 정면승부는 2년 넘게 굳어져 온 ‘남자의 자격’의 관계망을 한 번 뒤흔들어놓을 수 있는, 위험하면서도 흥미진진한 그림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두 사람은 동생들 입에서 “진짜 안 맞는다”, “또 싸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소한 것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더 큰 위기가 닥치자 두 사람의 관계는 변했다. 여권과 여행경비가 든 가방을 잃어버린 김국진이 멤버들에게 미안한 기색을 보이자 이경규는 “첫 날 이런 일이 일어나서 좋은 경험”이라며 오히려 김국진을 다독였다. 다음 주 예고편에서 공개된 ‘무더기 돌발사태’가 두 사람의 관계를 또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마냥 티격태격하는 관계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혹시라도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이경규가 다시 한 번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여행을 떠나기 전과 전혀 다른 뜻이 담긴 한 마디일 것이다. 그게 여행의 힘이자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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