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위험한 '펀드 위험등급'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얼마 전 확인해보니 반 토막 나서 원금 회복을 포기한 부동산 펀드가 두 배 이상 수익을 낸 주식형펀드보다 위험등급이 두 단계 낮더라구요. 기준이 대체 뭔지,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투자가 A씨)"
지난해부터 판매사와 운용사의 자율에 따라 구분되고 있는 펀드의 '위험등급'에 대한 효용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조차 펀드 가입 시 '위험등급'을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 조언하는 실정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용사가 제공하는 펀드투자설명서와 판매사에서 투자 권유 시 제공하는 펀드의 '위험등급' 기준이 각 사마다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한 운용사에서 2등급(높은 위험) 결정이 난 펀드가 A 판매사에서 판매될 때는 3등급(중간 위험), B 판매사에서는 2등급으로 권유돼 판매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유사한 수준으로 주식 및 채권을 편입한 펀드가 설정된 운용사에 따라 등급을 달리할 수 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은 펀드 가입 절차의 간소화 등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판매사와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위험도를 정하도록 하는 '표준투자권유준칙'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등급 결정을 자율에 맡긴 이후 투자자 혼란은 오히려 커진 실정이다. 운용사에서 1차적으로 펀드의 위험등급을 결정해 판매사에 투자설명서를 넘기면, 판매사는 내부 기준에 따라 또 다시 등급을 매겨 최종적으로 투자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측과 판매사측이 제공하는 등급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운용사에서 정한 등급을 판매사에서 준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혼합형 펀드 등의 경우 실제 투자 비중을 체크해 판매사별로 등급을 상이하게 적용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고위험자산(주식 등) 비중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 종전 기준이 여전히 유사하게 적용돼 최근 다양해진 자산배분전략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운용사나 증권사가 고위험자산 60% 이상에 투자하는 펀드를 1등급(매우높은위험) 상품으로, 50% 안팎으로 투자하는 경우는 2등급으로 구분한다. 그밖에 파생상품에 일부,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가 3등급, 채권 비중이 60% 안팎 이상인 경우 4등급(낮은위험), 머니마켓펀드(MMF)나 국공채 전용 펀드 등이 5등급(매우낮은위험)을 받는다.
일례로 한국투신운용의 재간접 해외 공모펀드 '한국투자 글로벌오퍼튜니티증권펀드'는 운용사 및 판매사에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기존 기준에 따라 펀드의 위험등급은 '1등급'으로 결정됐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면서 투자설명서에는 '매우높은위험'으로 위험등급이 표시돼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애매모호한 위험등급 기준이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위험등급이 투자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혼란까지 불러오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 관계자는 "위험등급은 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를 통해 감내하는 리스크의 수준을 확정짓는다는 의미 보다는 각 판매사의 이해도나 책임과 연결돼 있다"면서 "해당 등급이 완벽한 자료가 아닌 만큼, 투자자들은 위험등급을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참고자료로만 사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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