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로 풀어본 반값등록금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반값등록금'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반값등록금 추진 의사를 밝힌 이후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 중이다. 여당의 쇄신흐름에 발맞춘 혁명적 수준의 정책이라는 찬사에서부터 표를 의식한 극단적 포퓰리즘이라는 비난까지 난무하고 있다. 주요 정치인들을 물론 관계부처에서도 반값등록금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반값등록금 화두를 던진 황 원내대표의 입장은 확고하다. 황 원내대표는 "등록금 때문에 우리의 젊은 세대에게 부채를 물려주는 게 맞느냐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며 "내가 생각한 페이스대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정책위의장은 "등록금 부담이 과중한 것은 국민 누구나 인식하는 문제로, 청와대도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사고에는 교육, 계층, 복지, 사회양극화 문제가 중층적으로 얽혀있는 대학등록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 서민·중산층과 젊은층의 지지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민주당은 대환영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반값 등록금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정책에서 적극 협력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6월국회 처리를 제안했다.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긍정적인 사인을 보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을 꺼려왔던 박 전 대표는 지난 21일 교육정책을 묻는 트위터상의 질문에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고 그것을 열정을 갖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론적 수준의 답변이지만 황 원내대표와 19일 비공개 회동 이후 나온 언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값등록금 추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달초 유럽순방에서도 "국내건 국외건 교육에 우선적으로 재정을 쓰는 게 맞다고 본다"며 교육재정 확충을 강조했다.
반면 여권 내부에서는 구주류를 중심으로 격앙된 분위기도 엿보인다. 전임 정책위의장인 심재철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심 의원은 "고등학교에 대한 무상교육도 하지 못하는데 대학 무상교육 추진의 재원은 어디서 만들어낼지 어안이 벙벙하다"며 "아무리 표가 급해도 표(票)풀리즘을 내세워서야 나라만 결딴난다"고 꼬집었다.
전여옥 의원은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이곳저곳에서 예산을 곶감 빼오듯 해야하는데 빼내오기도 힘들지만 문제는 앞날"이라며 ""7조2000억원은 옆집 개이름이 아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역시 공식 반응은 없지만 마찬가지 기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야당이 공격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일관적으로 정책을 추진해나가면 지지도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야권이 주도하는 정책프레임에 매몰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정부부처는 여권발 반값등록금 논란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3일 당정회동에서 "당에서 반값등록금이라고 입장을 밝혀놓으면 정부가 거기에 맞춰야 하는데 정부가 실제로 할 수 있을지 문제"라며 "여건이나 한계를 고려해 정교하게 디자인해서 실질적으로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실무부처에서는 장·차관의 공식 반응은 없지만 '퍼주기 복지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국회도 제발 주머니 사정 좀 생각하고 질렀으면 좋겠다"며 "나라가 무상으로 책임지면 좋겠지만 그 돈은 어디서 나느냐. 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교육과학기술부 반응도 다를 바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된 입장은 없다"면서도 "이제껏 나온 등록금 인하 및 지원책과 장학제도를 총망라해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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