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저점에 대한 기대감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간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를 운영하면서 계속 시장 수익률을 이긴 피터 린치(Peter Lynch).1970년대 후반 약세장과 1982년 이후 상승장을 모두 겪은 그는 단 한해도 손실을 내지 않고 마젤란펀드를 세계최대 펀드로 키웠다. 이 사이 1987년 '블랙 먼데이' 같은 대폭락도 경험했지만 그의 꾸준한 수익률 행진을 막지는 못했다.
피터 린치는 경기가 좋고,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를 조심했다. 경기가 활황이라는 것은 곧 정점을 찍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고, 주식시장이 잔치 분위기라는 것은 그만큼 거품도 많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란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치투자자가 그렇듯 그도 지수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날 때를 매수 기회로 이용했다.
증시가 완연한 조정 분위기다.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옵션만기일에 1조7000억원이나 되는 사상 최대규모의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매수세를 재개하는 듯 보였던 외국인도 작정한 듯 1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기술적으로도 조정분위기가 역력하다. 코스피지수가 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이탈한데 이어 5일선이마저 20일선 밑으로 떨어지는 데드크로스도 발생했다. 음봉(시가>종가) 발생비율도 증가했고, 하락종목수 대비 상승종목수 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이같은 하락세의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가 꼽힌다.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선 밑으로 하락하고, 국제 원자재가격 지수인 CRB가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원자재가격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개선주가 주도주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는 점이 지금은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때도 원자재 가격 하락이 증시 약세로 이어진 전례가 있는데다 유럽 재정이슈와 중국긴축이라는 오래된 악재까지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어서 조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지금이 저점매수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2120대로 밀린 지수에 주목했다. 6거래일만에 100포인트 가량 지수가 밀리면서 단기급등에 대한 과열 부담이 해소됐다는 주장이다.
하나대투증권은 "급격한 가격조정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추가적인 가격조정 가능성도 있지만 2100선 전후에서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기존의 급격한 조정폭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조선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했다.
우리투자증권도 "단기적으로 원자재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좀 더 이어질 수는 있지만 동전의 반대편처럼 주요 지지선인 2100선 전후에서는 변동성을 활용한 저점매수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상품가격 하락이 중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락 완화로 이어져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부양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실적감소 우려가 높았던 제조업체들에게는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비용감소 효과와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여력 증가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을 높여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급락장이 올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다만 저점 구간은 넓게 봤다. 당초 2100선을 5월의 저점으로 봤는데 이를 2000에서 2100 구간으로 낮췄다. 혹시 모를 과매도를 고려해 2100선 아래에서 분할매수 전략을 구사하라는 조언이다.
이날 새벽 뉴욕증시는 상품 가격 폭락세가 완화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중국의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도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65.89포인트(0.52%) 상승한 1만2695.90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6.57포인트(0.49%) 오른 1348.65를, 나스닥지수는 17.98포인트(9.63%) 상승한 2863.0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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