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달인] 이경태 '맛있는 창업연구소' 소장
부진한 가게 살리기 진단ㆍ처방 200곳 재탄생 "난 실패 예방자"
상상의 차림표에서 희망을 집어내다…창업책 8권 발간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경영위기에 처했을 때 종종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도움과 진단을 의뢰한다. 기업의 현 상황과 미래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하고 성공 전략을 만들어내는 숙련된 컨설턴트들의 실력과 노하우를 믿기 때문이다.
외식창업 시장도 마찬가지다. 예비창업자 또는 기존창업자들이 시장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13년 동안 '음식점 클리닉' 분야를 특화시켜 온 달인이 있다. 이경태 맛있는 창업연구소 소장(41ㆍ사진)이다.
이 소장이 운영하는 맛있는 창업 홈페이지(www.jumpo119.biz)에는 하루 평균 300여명이 방문한다. 음식점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전화 상담도 월 20여건 이상 진행한다.
"월 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맛있는 창업을 찾고 있습니다. 3000개가 넘는 콘텐츠를 통해 이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죠. 창업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 가운데 질적 양적으로 국내에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음식점 클리닉은 창업전문가들이 다소 꺼려하는 분야다. 예비창업자가 아닌 음식점을 운영 중인 창업자들과 주로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론과 경험은 필수다. 또 창업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음식점 사장들의 '내공'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실력은 없고 무늬만 창업전문가일 경우 이 분야에 뛰어들기도 힘들고 뛰어들더라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창업자들이 장사가 안돼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치에 이르렀을 때 클리닉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들을 대하는 말투와 설득력, 노련미까지 필요하다.
"부진한 가게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문제점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합니다. 고객들이 이미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간한 처방이 아니고서는 말을 잘 듣지 않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위 '발칙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그가 클리닉을 하는 곳들에서는 발칙한 상상력이 물씬 풍긴다. 지난해 기사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이 이 소장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주변에 경쟁 음식점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는데 유명한 대형 칼국수집까지 문을 열게 되면 어려움이 커진다는 것이다.
처방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는 인근에 대형 칼국수집이 있다면 다른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게 된다. 하지만 이 소장의 처방은 달랐다. 새로운 아이템을 더해 정면 승부한 것이다. 보쌈을 함께 주는 칼국수집이었다. 상호도 '왈순 아지매'라고 재미있게 고쳤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현재 이 가게는 전수창업은 물론 가맹점까지 개설해줄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들어 오픈시킨 청국장집의 경우 상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고민 끝에 청국장집에 시적인 브랜드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콩밭에'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메뉴 구성도 인근 음식점에는 없는 것들을 추가했습니다. 제가 예상한 매출보다 2배 이상 많이 버는 가게가 됐죠."
음식점 클리닉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이 소장은 연 평균 20여개의 음식점을 새롭게 오픈시킨다. 그동안 클리닉을 통해 재탄생시킨 점포는 200곳이 넘는다.
일을 하다보면 전문가와 고객간에 수많은 기싸움이 펼쳐진다. 음식점 클리닉의 경우는 더 그렇다. 장사의 고수와 고수간의 자존심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 때에는 단호한 결정도 필요하다.
이 소장은 지난해 삼겹살집을 하겠다고 찾아 온 고객과 소위 줄다리기를 했다. 고객은 삼겹살집 창업을 고집했고 그는 다른 업종을 하면 클리닉을 하겠다고 버텼다. 고객이 비용을 들여 클리닉을 해달라고 요청해도 그의 처방과 의견이 다르면 과감하게 접기도 하는 단호함이다.
이 소장은 삼겹살이 아닌 불고기를 제안했다. 파를 결합한 파불고기다. 파닭을 벤치마킹해 파불고기를 생각해낸 것이다. 거기에 빵도 함께 구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결국 고객은 이 소장의 결정에 따랐다. 현재 맛집으로 유명해진 '천호동 파불이'다.
이 소장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은 것이 아니다. 직접 음식점도 해보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이러한 이 소장의 노력과 실력은 그가 출간한 책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동안 집필한 창업 전문책이 8권에 달한다.
2000년에 출간된 '거꾸로 보는 프랜차이즈'를 시작으로 '여보 우리 장사해요', '대박식당 알고 문을 열어라', '대한민국에서 마진이 가장 높은 업종 55', '밥장사 멘토링', '밥장사 클리닉', '철저하게 장사꾼으로 살아라', '줄서는 식당의 7가지 비밀' 등을 집필했다.
"얼마 전 한 고객을 만났는데 제가 쓴 책 가운데 5권이나 들고와서 싸인해달라고 하더군요. 구하기 힘든 오래된 책 빼고는 전부 다 사서 읽었다는 그분의 말에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10권까지 책을 집필할 계획입니다."
창업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취업이 갈수록 어렵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창업 시장에 뛰어든 30~40대 초반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들이 창업에 실패할 경우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더 커진다. 능력있는 창업전문가들의 도움이 특히 더 요구되는 때다.
이 소장이 생각하는 창업전문가는 성공의 동반자라기 보다는 실패의 예방자에 더 가깝다.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험과 색깔을 가지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대안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죠. 무엇보다 경험적으로, 직관적으로 예측이 분명히 되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걸러주는 브레이크'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 소장은 창업자들에게 아이템을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되는 아이템, 뜨는 아이템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되는 아이템이 모든 자리에서 되는 것도 아니고 뜨는 아아템은 언제가는 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칼국수 하나를 만들어도 비범하게, 돈까스 하나를 요리해도 악소리나게, 쌈밥 하나를 선보여도 기가 막히게 만들면 된다는 게 이 소장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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