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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10] 양익준, 부지영 “영화로 쏟아내지 않으면 사리가 생긴다”

최종수정 2011.04.30 09:57 기사입력 2011.04.30 09:57

양익준 감독(왼쪽), 부지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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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두 사람의 만남을 “터프함과 섬세함의 부딪침”이라고 표현했다. 장편 데뷔작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로 자매라는 관계의 오묘한 순간들을 정교하게 포착해낸 부지영 감독과 역시 장편 데뷔작 <똥파리>로 그 누구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낸 양익준 감독. 이 두 사람이 JIFF의 단편영화 지원 프로젝트 숏숏숏 ‘애정만세’로 사랑에 대해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멋진 남녀의 그린 듯이 아름다운 로맨스는 절대 아니다. 부지영 감독은 <산정호수의 맛>의 순임(서주희)을 통해 “낭만적 사랑의 변방에 위치한” 이들의 척박한 현실을, 양익준 감독은 <미성년>을 통해 성인 남자와 여고생과의 하룻밤이 연애로 이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을 보여준다. 너무 달라 보여 더욱 흥미로운 조합인 이들과의 대화는 질문을 던질 새도 없이 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수다로 이어졌다.


<#10LOGO#> 이런 프로젝트 다른 감독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의식되지 않을 수 없다
부지영 감독
: 의식 많이 했다. 양익준 감독이 굉장히 잘 만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워낙 도발적이고 톡톡 튀는데 나는 나이에서 벌써 꿀리고 (웃음) 감각이 떨어지고. 그럼 난 뭘로 밀고 나가야하나 고민했다. 아무래도 아줌마니까 영화 소재도 칙칙한데. (웃음) 근데 서로 잘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딱 두 작품뿐이라 누가 더 잘 만들고 못 만들고 이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다.
양익준 감독: 의식하고 그런 건 좀 있긴 했는데 사실 준비하며 문제는 영화가 아니었다. 어지러워 죽겠는데, 몸이 안 좋다는 핑계만 대고 다니던 때라서 일단은 완성이 돼야한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이미 시나리오 쓰면서 결점은 알고 들어갔다. 이 이야기로 꽉 짜여지고 강건한 작품이 나오기는 무리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 영화를 찍고 나니 굿한 느낌이다”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왼쪽)과 부지영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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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LOGO#> 아무래도 굉장한 관심을 모았던 전작 <똥파리> 이후 첫 작품이라 부담이 됐을 것 같다.
양익준 감독
: 이번 영화 제목이 <미성년>인데 영어 제목은 <미성숙>이다. 영화 자체가 성숙되지 않은 나의 결점들이 들어간 작품이다. <똥파리>는 첫 방이니까 모든 걸 쏟아 부었는데 이번 영화는 두 번째 방인지 1.5방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미 탈진한 상태에서 만든 거라 아쉽긴 하다. 악재라면 악재랄 수도 있는데 그것도 어차피 내가 선택한 거니까. 아쉽기도 하고 전작에 대한 비교는 아마 수만 가지로 나오겠지만 이 작품은 그냥 쉽게 이거대로 쏠쏠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찍는 영화가 계속 변하길 바라는 게 관객의 심리겠지만 영화가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 이전에 내가 변화의 과정을 겪어야 되는 거다. 근데 대다수들이 그 순서를 착각한다. 내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기는 그릇 자체가 변하는 거지. 몇 년 전부터 내가 변화돼야 한다는 거에 대해 의식이 많이 생겼다.

<#10LOGO#> 이번 숏숏숏 프로젝트는 ‘애정만세’라는 이름으로 묶였는데 처음 사랑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무엇이 떠올랐나.
부지영 감독
: 젊은 남녀의 연애가 떠오르진 않았다. 워낙 그 쪽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언제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의 로맨스보다는 낭만적 사랑의 변방에 위치한 사람들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외부에서 주어지니까 다른 게 뭐가 있나 주변을 더 살피게 됐다. <산정호수의 맛>은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걸 굳이 영화로 만들어야하나 했던 이야기였다. 너무 내 얘기니까. (웃음)
양익준 감독: 하나도 안 떠올랐다. 처음 제의 받고 며칠 있다가 제주도로 요양을 떠났다. (웃음) 거기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는데 안 나오더라. 계속 그러다가 억지로 쓰다가 엎은 것들이 몇 개있는데 하나를 빼곤 다 ‘고삐리’들이 나왔다. 내 영화에는 나의 중, 고등학교때 기억이 다 들어간다. 무의식적으로 그 때의 정서를 발췌해서 캐릭터에 이식하더라. 근데 신기하게도 20년 전의 기억을 현재 젊은이들도 수용하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그 근간에 대한 답답증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는 거 같다.

<#10LOGO#> 순임이 낭만적 사랑의 변방에, 그것도 굉장히 척박한 곳에 위치했다는 걸 보여주는 한 장면을 꼽는다면 버스 정류장 신이 있겠다. 고등학생 커플이 다정하게 발장난을 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임의 모습에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생겨나더라. 연민과 슬픔,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웃음)
부지영 감독
: 지금은 모를 거다. (웃음) 순임처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밀려난 느낌을. 사회적으로든 돈이 없어서든 지금 자기가 처한 상황이 애들이나 남편 뒷바라지 하다보니 낭만적 사랑이 불능하게 되는 위치가 있다. 또 신체적으로도 서로 맹렬하게 서로 부딪칠 수 없는 나이도 있다. 나도 그런 나이에 속해 있는 사람인데 참 딱하지. 그들이 낭만적인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 건 아닐 텐데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못하는 거니까. 그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도 갑갑하고.
양익준 감독: 그런 것들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지 않으면 사리가 생긴다. (웃음)
부지영 감독: 작업 하면서 이런 부분에 목말랐었구나 느꼈다. 영화랑 나를 떨어트려놓으려고 했는데도 잘 안되더라. 이렇게 영화랑 가까이 있는 게 너무 싫었다. 자위하듯이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닌가 괴롭기도 했고. 근데 이건 정말 하고 싶었다. 하고 나니까 굿한 느낌이랄까? 되게 시원했다.
양익준 감독: 역시 사리는 쏟아내야 한다. (웃음)
<#10LOGO#> 이번 영화를 통해 그간 쌓였던 게 굉장히 많이 해소된 모양이다.
부지영 감독
: 그런데 좀 걱정되는 게 <산정호수의 맛>을 찍고 나서는 (양)익준이를 비롯해서 친한 후배 감독들 눈치가 보인다. 평소에 되게 친한 척도 하고 살갑게 구는데 이거 찍고 나서 그러면 얘네들이 ‘이거 완전 아줌마의 해소하지 못한 욕구를 나한테 쏟아내는 거 아니야’ 이럴까봐 좀 겁나기도 한다. (웃음)
양익준 감독: 난 반대로 세상의 관념을 되게 많이 포기하고, 주변에서 쳐다보는 것에 대해서도 다 잘라버린 거 같다. 우리도 모르게 세상이 맞다고 했던 것들을 자꾸만 의식한다. 그래서 영화에 거기에서 탈피하려는 욕구가 반영되는 거 같다. 나도 <똥파리> 만들고 나서 굿한 거 같았으니까. 몸에 있는 고름 다 쏟아낸 것처럼. 영화에는 대중에 대한 몫도 있겠지만 나를 위한 몫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부지영 감독: (양)익준이가 말한 대로 그런 걸 떨쳐 버릴 시기였던 거 같다. 첫 장편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찍고 나서 틀에 박힌 걸 할 수도 있던 시기에 예전에 단편 찍듯이 오로지 나를 위한 영화를 찍는다는 느낌도 좋았다. 어떤 틀 안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좋은 기회였던 같다.

“서로의 첫인상은 헐벗은 야수, 예쁜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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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LOGO#> 이 작업을 하기 전에도 두 사람은 원래 친분이 있었나.
부지영 감독
: 2008년에 각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똥파리>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면서 알게 됐다.
양익준 감독: 광안리 모래사장에서 같이 맥주 마셨다. (웃음)

<#10LOGO#> 그때 모래사장에서의 서로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나.
부지영 감독
: 그땐 사실 <똥파리>를 못봤다. 이렇게 엄청난 영화가 될 줄도 몰랐고. 원래 배우란 것도 알고 관심은 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되게 헝그리한 느낌이었다. (일동 폭소) 아마 영화에 투자도 잘 안되고 힘들게 만들었을 텐데 그게 온몸에서 막 전해지더라. 헐벗은 정신이 진짜 야수 같았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냥 시멘트 바닥에 펄썩 펄썩 주저앉고. 아, 굉장히 뭔가 들끓고 있구나, 타오르고 있구나 그런 느낌이었다. (웃음)
양익준 감독: 난 감독님을 보고 그냥 ‘와, 예쁜 언니다’ 했다. (웃음) 나한테 되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인사 해주시고. 근데 감독님이라고 하시니까 ‘와, 예쁜 감독님이다’ 이랬지. (웃음) 저보다 나이로선 위지만 그냥 너무 예쁘고 귀여우셨다. 그리고 방실방실 하시던게 되게 좋았고. 아하하하
부지영 감독: 근데 그 웃음은 원래 그런 거야?
양익준 감독: 이 웃음에는 역사가 있다. 원래 연기하는 사람이었고 현장에서 급수로 따지면 굉장히 낮은 사람이었다. 한 신 나온다든가 하니까. 그러니까 감독님하고 얘기할 시간도 거의 없고 현장에 가면 모두가 낯설다. 무슨 매니저가 있어서 날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그 때는 사람들도 다 무서우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으면서 ‘아, 안녕하세요. 아하하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습관이 들다가 이젠 내 웃음이 돼버린 거다.
부지영 감독: 슬픈 역사네.
양익준 감독: 근데 배우들하고 이런 얘기 하면 너무 좋아한다. 난 과거에 나 답답했던 거 얘기하는데 배우들은 맞아요, 맞아요 하면서 공감하고 맞장구 치고. 그런 부분에서 이런 기억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부지영 감독: 정말 감독으로서 되게 부러운 장점이다.

<#10LOGO#> 두 사람의 차기작 계획도 궁금하다.
부지영 감독
: 서울독립영화제 인디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김꽃비, 서영주, 양은효 여배우 세 명의 셀프카메라 형식이다. 그분들이 직접 카메라 가지고 자기 주변이나 자신의 이야기 찍는데 그걸 총편집 및 감독을 하고 있다. 또 두 번째 장편을 1년 넘게 쓰고 있는데 이어서 다시 써야 한다. 멜로였는데 쓰다가 잘 안됐다. 그 때는 멜로가 싫어서 억지로 쓰다보니까 잘 나오지도 않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갔다 쓰는 거 같았다. 근데 지금 쓰면 달라질 거 같다. 이번 영화를 찍고 나니까 훨씬 더 솔직하게 공세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양익준 감독: 이제 굿했으니까. (웃음) 나는 차기작 계획이 전혀 없다. 일단 요양을 좀...
부지영 감독: 수련이라고 해, 수련. (웃음)
양익준 감독: 그래서 1년만 쉬자 이러고 있다. 영어 공부하고 책 보고 운동해서 몸을 좀 회복시키려고 한다. 확실히 해외영화제들을 갔다 오니까 영어에 대한 욕구가 생기더라. 그리고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뭐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매년 만들진 않겠지만 3년에 한 편, 5년에 한 편 하더라도 꾸준히 하고 싶은 작업이 영화다. 그러기위해선 일 하고 쉴 타이밍을 정말 잘 분배해놓지 않으면 사랑하는 영화를 오랫동안 하기 힘들 것 같다. 원래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던 사람인데 큰 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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