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도 에너지‥잘 관리하면 지역 발전 원동력"
[인터뷰] 김미경 인천 부평구청 공공갈등조정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갈등도 에너지다. 잘 조정하고 관리만 하면 지역 발전과 공동체의 에너지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14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김미경(49) 인천 부평구청 공공갈등조정관의 말이다. 갈등 조정 전문가로 3개월 계약직인 김 조정관은 최근 7년 여를 끌어 온 부평 지역의 고질적 민원이었던 십정동 송전선로 문제를 제3자적 입장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어 주는 과정을 통해 풀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김 조정관과의 일문 일답.
- '갈등 조정 전문가', 다소 생소한데?
▲ 갈등은 공동체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정ㆍ관리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사안이 생기면 갈등영향평가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들을 파악한 후, 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 공동체의 강화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자칫 조정ㆍ관리에 실패할 경우 부안 방사능폐기장 문제처럼 걷잡을 수 없이 갈등이 확산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갈등 조정 전문가는 제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소통을 도와 불신의 벽을 깨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에선 개인ㆍ가족ㆍ조직 내의 갈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독일에선 체계론적 갈등조정방법론이 발전돼 있다.
한국에선 사회갈등연구소와 한국갈등관리연구소 등에서 연구되고 있는데, 두 곳에서 갈등 조정 문제 과정을 수료했다.
- 갈등 조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인천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한부모가정 상담을 10년 정도 했는데, 이혼했으면서도 서로간 갈등 조정이 잘 안돼서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례를 많이 봤다. 또 인천 지법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지가 핵심이었다.
- 갈등 조정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 전에 NGO적 시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전혀 도움이 안 되더라. 중립적 가치관을 갖고 접근해야 이해 당사자들이 마음의 문을 연다. 그나마 상담 활동을 통해 중립적인 태도를 익히고 있었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
- 이번 송전탑 이설 문제를 풀었는데, 공공갈등조정관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 홍미영 구청장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내가 갈등 조정 문제를 공부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공부도 할겸 와서 직접 풀어 보라고 부탁하셨다.
- 송전탑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 와서 보니 이해당사자들 간에 오해가 많았다. 감정도 격화돼 있었다. 법원의 판결로 법적ㆍ행정적 절차가 이설 쪽으로 강제로 정리되면서 반대 주민들은 박탈감과 상실감에 쌓여 있었고, 재개발 빌라 주민들은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선 인터뷰를 하러 다니면서 소통의 통로 역할을 통해 서로간의 오해를 풀도록 노력했다.제3자로서 객관성을 갖고 이해당사자들을 만났고,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상호간의 사정과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풀렸다. 객관적 상황이 잘 풀려갈 만한 쪽으로 진전됐고, 구 공무원이나 한전, 인천시 공무원 등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힘을 모아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는 등 많은 역할을 했다.
- 힘들지 않았나?
▲ 기자회견 전날까지도 밤 10시까지 회의를 하는 등 10여 차례에 걸쳐 7~8시간씩 마라톤회의를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서로 자기 입장만 있을 뿐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찬ㆍ반 주민들이 모두 나를 '저쪽 편'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찬ㆍ반 주민들을 비롯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 문제와 관련해 굉장히 피로도가 높았다.
- 갈등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번 송전탑 문제 해결이 다른 지자체에 주는 시사점은?
▲ 갈등도 에너지다. 관리하고 조정하면 지역을 건강하게,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필터링하면 가능하다는 사례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본다. 공공성을 확보한 제3자가 중재ㆍ조정하면 복잡한 문제도 풀수 있다. 공무원들은 민간간 이해갈등 조정은 잘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자기들도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서는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
- 갈등조정전문가의 역할은 기업에서도 필요할 것 같은데?
▲ 연구소 등에서 연수를 받을 때 보니까 공무원들이나 공사 직원들이 가장 많이 수업을 듣더라. 갈수록 복잡해지고 갈등이 수시로 불거지는 현대 사회에서 갈등 조정 전문가는 어디에서나 다 필요하다. 따라서 갈등조정전문가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취업 시장에서는 '블루 오션'이라고 볼 수 있다.
- 본인의 갈등은 잘 해결하나?
▲ 잘 못한다.(웃음) 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금방 문제를 풀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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