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해결 못한 '대못' 빼기 '공공갈등조정관이 해냈다'
인천 부평구, 7년째 끈 십정동 송전선로 이전 문제 민간인 전문가 채용해 해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국 최초로 도입된 공공갈등조정관제도가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을 민관 협력 방식으로 해결, 갈등 조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인천 부평 십정동 송전선로 이전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사례는 법원 판결로도 해결하지 못해 주민들간의 '충돌' 일보 직전이었다.
6일 인천 부평구는 수년간 지역 현안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십정동 송전선로 이전문제가 민간인 출신 '공공갈등조정관'의 중재로 송전선로 지중화를 계속 추진하되, 임시이전하는데 합의했다.
지난 2005년 처음 불거진 송전선로 이전 문제는 이 지역에서 복잡한 현안으로 유명하다. 십정동 송전선로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노후주택 밀집지역을 관통하고 있어 이전이 불가피했다.
이에 송전 선로가 옮겨질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때문에 이웃 간에 핏대를 올리며 싸우는 일이 잦았고 반목도 커졌다.
반대 주민들이 송전탑에서 장기간 천막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끝내는 소송으로까지 번졌고, 지난 2009년 법원이 이전 공사가 타당하며 인근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려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조차 주민들의 갈등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 3월 이전 공사를 강행하려는 목화연립 주민들에 맞서 인근 주민들이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나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대안으로 송전선로 지중화 얘기가 나왔으나 이번엔 한전이 반대했다. 공사비가 400억원이나 든다는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평구는 지난 2월 '공공갈등조정관'이라는 초유의 방법을 통해 해법을 찾아냈다. 지난해 6ㆍ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홍미영 구청장이 민간 갈등 조정 전문가인 김미경씨를 '공공갈등조정관'으로 특별채용해 문제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갈등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김씨는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갈등 조정 기법을 적용, 조정해 나갔다. 이에 주민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김 조정관은 이해당사자 면접, 갈등영향평가, 주민간 의견 조정, 관계기관 합의 등 2개월동안 수십차례가 넘는 회의, 토론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목화연립 주민들은 이전 공사를 잠시 연기했고 이후 한전 및 구청, 해당 주민들이 참여한 '지중화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민ㆍ관협력으로 지중화를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7년에 걸친 지리한 갈등이 마침내 해결된 것이다.
홍미영 구청장은 "공공갈등조정관이 이해당사자들의 면접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관계기관간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며 "요즘의 사회적 갈등은 문제의 뿌리가 깊고 이해 관계자들의 협상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서로간의 상호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제3자 조정 방식을 통해 갈등을 조정해준 케이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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