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과학'입니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우리 사회에서 한약은 양약만큼 폭넓게 사용된다. 고대 중국 문화권에서 시작된 한약은 오랜세월 사용돼 오면서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약을 먹으면 간에 무리가 간다거나 한약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또한 흔히 접하게 된다. 한약의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건강과 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요즘, 사람들은 한방약품이 정말 안전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처방되는지 궁금해한다.
우리나라에서 한약 제재의 근간이 되는 것은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에는 질병과 그에 해당하는 처방 4000여가지가 단답식으로 기록돼 있다. 예전에는 무리 없이 통용됐지만 지금은 환자들의 과학적 의문이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기에 부족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EBM연구센터 신현규 센터장은 "한약과 양약은 앞선 단계부터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실험을 거쳐 개발되고 당국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는 양약과 달리 한약은 대를 이어 고전적으로 써 오던 치료방식이라 과학적 검증이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 한약 제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약의 효능을 제대로 밝히고 의약품 정보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복약 방식까지 확립하려는 시도다. 한방에 양방의 패러다임을 결합시키는 셈이다.
한의학연구원의 한약EBM연구센터는 한약 처방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 환자와 의사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 아래 지난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한의원에서 빈도가 많은 처방과 한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처방, 건강보험 대상인 56개 처방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25개 처방을 추려 분석하는 연구다.
특히 한방의약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간, 신장 독성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다. 이미 오적산, 육미지황탕 등 빈도가 높은 처방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중 감기로 인한 두통이나 사지냉증, 구토 및 설사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오적산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복용하는 처방이다. 육미지황탕은 면역기능 조절과 간기능 개선효과 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센터장 연구팀은 안전성시험기준인 비임상시험관리기준(KGLP)인증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를 통해 급성 독성시험과 장기투여 독성시험을 실시한 결과 오적산과 육미지황탕 모두 인체에 투여되는 양으로는 무해한 것을 확인했다.
한약에 대해 널리 퍼진 걱정 중 또 하나는 농약과 중금속에 대한 것이다. 한약을 달여 먹을때 농약이나 중금속이 남아 있지는 않을까? 여기 대해서도 답이 있다. 십전대보탕이나 쌍화탕 등 주요 한약탕제를 끓인 후 탕 속에 수은이나 납, 비소 등 중금속과 농약, 이산화황 등 위해 물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25개 주요 탕제를 끓여 달인 뒤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등 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중금속은 허용 기준치 이하였고 농약과 이산화황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신 센터장은 "기존 동의보감 처방에 대해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과학'을 요구함에 따라 한의학도 그에 발맞춰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학도 양방 못지 않은 과학적 근거를 갖췄다는 것을 꾸준히 알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 신 센터장의 생각이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연구 결과에 대한 홍보다. 일선 한의사들이 연구 결과를 직접 활용하고 환자들에게 설명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한의사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하고 있으며 표준정보집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1조원을 투자해 한의약사업을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내놨다. 한의약 의료서비스 선진화, 한약 품질관리체계 강화, 연구개발(R&D) 지원확대, 한의약산업 글로벌화 등 4개 분야에 주력해 관련 시장규모를 1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약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약재 유통단계별 생산, 제조정보를 등록하는 한의약이력추적관리시스템'이 도입되는 한편잔류농약이나 중금속 관련 기준도 강화된다. 한약 선진화를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한약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한방의약품이 마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2013년까지 25개의 표준 한방처방에 대해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마칠 것"이라며 "한약 처방과 복약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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