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日ㆍ중동 악재는 견딜만해..문제는 글로벌 인플레 압박"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인터뷰
증시에 日 유입자금 많지 않고 리비아 등 수출 비중 크지 않아
해외자본 유출입 조절장치 이미 갖춰..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예의주시
“올해 대외적으로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동사태의 3대 위험요인을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가장 큰 이슈로 보고 있다.”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올해 무엇보다 물가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변수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국제금융센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과천까지 직접 가서 경제장관들과 함께한 경제대책회의에서 이 소장이 첫번째 발표자로 나서 해외 물가동향에 대해 브리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과 중동사태 등 우리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외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 증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국제금융센터를 찾아 최근 국제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박종인 경제담당 부국장 겸 금융부장>
-일본 대지진 및 원전 폭발이 세계 및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번 일본 대지진 및 원전 폭발 사태는 세계 및 국내 금융시장에 돌발 악재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을 제외하면 여타 금융시장들이 사태 초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태 이전 수준들을 일정 수준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대지진이 원전 폭발을 야기하면서 단기 충격이 커졌다. 당초 대지진은 자연재해 현상이기 때문에 제한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으나 원전폭발로 피해가 확산되면서 일종의 패닉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3월15일 일본 주가지수의 장중 14.5% 폭락, 3월17일 엔화 2차 대전 이후 최대 강세 기록 등은 원전 피해가 가시화되고 점증하면서 나타난 일련의 현상들이었다.
이처럼 일본 이슈는 이제 원전 폭발 사태로 옮아간 상황이다. 다소 불안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점차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효과도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향후 일본 대지진 및 원전 폭발 사태 관련한 피해 규모가 시장 예상을 크게 넘어설 경우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 따라서 일본 대지진 및 원전 폭발 관련한 피해 규모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일본 지진 사태로 엔화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7개국(G7)이 함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는데 엔고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
▲이번 G7 공조개입으로 엔화 강세 압력은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개입 규모가 작년 일본은행(BOJ) 단독개입 때와 비교 시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공조개입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투기심리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엔화 초강세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해외투자자금 본국송금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엔·달러 환율은 일본 지진 피해규모 및 원전 폭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동안은 최근의 80~82엔 수준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5개월래 최저 수준에 있는 미 달러화 약세 또한 엔화가 펀더멘털(기초 경제여건) 악화에 입각한 중장기적 약세로 전환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화 강세는 국내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수출경쟁력 개선, 일본의 대체 투자처로서의 대한국 투자자금 유입, 여행수지 적자 개선 등은 우리 국제수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엔화 표시 부채 비중이 높은 국내 차입기관의 경우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는 사실에는 유의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엔화 강세는 그 자체로 일본 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척도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위험회피성향 확대 상황을 지속시킬 수 있다.
엔화 강세 지속 시 일본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가 우려되며 이는 일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 및 외화 차입조건 악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원화와 같이 위험에 민감한 통화들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일본 지진 사태 이후 국내에서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조짐은 없나
▲지진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일본이 해외투자 자산을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계 자금이 우리 증시에 투자한 자금규모를 보면 주식의 경우 2월말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투자액 가운데 1.8%(6조6078억원), 상장채권의 경우에는 전체의 1.0%(7082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본계 증권투자자금이 우리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빠져 나간다고 하더라도 우리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은행대출을 포함한 차입금의 경우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은 전체의 10%(2009년말)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대규모로 빠져 나갈 경우에는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지진 발생 이후 일본의 중앙은행이 연일 대규모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 등 자국 내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우리나라로부터 대출을 대규모로 회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는 일본계 자금의 유출이 여타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유발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일본의 자국 상황에 의한 자금 회수이기 때문에 여타 외국인 자금의 동반 유출로 연결될 가능성도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일본의 여진 및 원전사태 악화 가능성 등 일본계 자금의 유출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추이를 주시할 필요는 있다.
-리비아의 경우 다국적군 투입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양상인데 중동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시장지표들의 흐름으로 판단한다면 지금까지는 중동사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없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경상수지나 기업 마진 악화 우려가 대두됐지만 국내 주가나 금리, 환율 등은 중동사태 전후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 시장이 중동사태에 차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제적 관점에서 해당지역의 중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튀니지·이집트·리비아의 국내총생산(GDP)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로 매우 적고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9%에 불과하며 해당지역과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미미하다.
그러나 아직 중동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고 향후 사태 전개과정에 따라 두 가지 경로로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첫째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주변 산유국으로 확산되어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다. 이 경우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는 한편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둘째 신흥국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동사태는 신흥국 투자 시 정치 리스크가 얼마나 큰 지를 환기시킨 계기가 됐다. 이는 비교적 정치적으로 안정된 다른 신흥국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글로벌 신흥국 국채 가산금리는 연초 대비 0.22%포인트 확대됐다.
서방의 군사개입으로 리비아 사태가 전환점을 맞게 됐지만 언제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예멘, 바레인 등 다른 지역의 불안도 확대되고 있다. 중동 불안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국내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기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
▲현재 재정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국가는 포르투갈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매우 취약해 단기간 안에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0년 재정적자 목표치(GDP의 7.3%) 달성을 위해 외부 연금으로부터 28억유로(GDP의 1.5%)를 전입했고 경상적자도 지난해 GDP의 9.9%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이달 초 정부가 제시했던 추가 긴축안에 야당의 반대가 심해 현재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28일째 위험레벨인 7%를 상회하고 있다. 과거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경우 13~15일 연속 7%를 상회했을 때 구제금융이 신청됐다.
EU 측에서는 포르투갈의 위기와 이에 따른 여타국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3월 초부터 정상 및 재무장관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는데 합의에 진통을 겪는 양상이다. 2013년 6월부터 출범할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의 자금 조달 방안과 대출 금리 등에 대해서는 최근 합의했으나 현재의 위기 대응 기구인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의 재원 증액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25일에도 정상회의가 열렸으나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없이는 불안감의 조기 진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격한 해외 자본의 유출입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지난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과 선진국 양적완화 수혜 등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을 경험했던 신흥국들은 올해에는 대규모 유출 가능성에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몰려오는 해외자본의 속도를 조절할 정도로 신흥국 투자매력 요인들이 대거 부각됐으나 올해에는 신흥국 투자를 위축시키는 새로운 위험요인들도 만만치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악재로는 기존의 유럽 재정위기, 글로벌 경기둔화, 신흥국 물가상승 및 긴축정책에 더불어 최근에는 일본 지진사태와 중동 정정불안 우려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1월 만해도 아시아 7개 신흥국 증시에서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 들어 9개월 만에 70억달러 순매도로 돌아섰으며 3월에도 21일까지 약 32억달러를 순매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신흥국의 견조한 경제·기업 펀더멘털 등 호재가 여전히 강한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잠재 악재에 따른 위험회피가 혼재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와 해외자본 유출입이 급격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급격한 해외자본 유입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들(선물환 포지션 신설, 외환건전성부과금 제도, 외국인 원화채권 과세 환원조치)을 선제적으로 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에는 여전히 잠재적 불안요인이 많으므로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올해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유망한 시장은 어디라고 보는지
▲최근 국내 시장의 성장 정체와 경쟁 심화로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신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앞서 국내은행의 국제화 수준 및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과거 국제화에 실패한 은행들은 현지에 대한 정보부족, 문화적 이질성, 규제 및 감독 체계의 차이 등 많은 실패요인들이 있었다. 시장 진입 단계에서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초기에는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형태로 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해외 진출 시에는 자산 규모, 국제화 경험, 위험자산 증가로 인한 자본건전성 저하 가능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 진출의 효율성과 진입비용을 감안할 때 문화 근접성이 높은 아시아를 최우선 대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터키 등은 경제에 비해 금융이 낙후되었으며 고도성장으로 자금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증가율도 여타 국가에 비해 높으며 이미 국내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어 교역규모나 직접투자를 통해 연계성이 확인됐다.
특히 인도는 최근 활발해진 인수·합병(M&A) 시장은 물론 고성장으로 금융부문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회사채 시장규모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선진국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이 위축되고 있으므로 몇 년간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올해 대내외적으로 금융권에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대외적으로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동사태의 3대 위험요인을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가장 큰 이슈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재정위기 고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문제는 신흥국 경제성장에 따른 구조적 수급 불일치, 주요 선진국의 금융완화에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얽혀 있다.
인플레는 한번 궤도를 이탈할 경우 좀처럼 쉽게 안정세를 찾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대처가 쉽지 않다. 인플레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 방향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
대내적으로도 인플레 방어와 가계 채무부담 증가라는 정책적 딜레마를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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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인플레 부담이 가중되면서 올해 2차례 금리인상 조치가 있었다. 비용인상(Cost-push) 인플레 압력이 가중된 상황에서는 금리인상 효과가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인플레 기대 심리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대개 50bp(1bp=0.01%포인트) 가량 추가 금리인상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인플레 방어를 위한 금리인상이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채무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기회복 지속과 인플레 압력 완화라는 정책적 딜레마가 대내적 주요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한다.
사진=윤동주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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