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계절은 춘(春)삼월이지만, 세계 경제의 봄날은 아직 멀어 보인다. 지난 주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선이 복구됐다는 소식에 안도할 틈도 없이 리비아발(發) 악재가 터져나왔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 5개국 연합군이 리비아 카다피 군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면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주 선진 7개국(G7)의 "환율 공동 개입" 선언에 안정을 되찾았던 국제금융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던 주요 20개국(G20)도 자세를 바꿨다. G20은 다음달 워싱턴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중동·일본발 리스크를 살핀 뒤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라크戰 이후 최대규모 군사개입

서방 연합군은 리비아 반군의 최대 거점 지역인 벵가지가 정부군에 함락될 위기에 놓이자 지난 19일 본격적인 군사 공격을 시작했다. 작전명은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군사 개입이다.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20일 오전 속보에서 "카다피 측이 연합군의 공격에 전투기와 탱크, 박격포 등으로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격렬하게 저항하던 카다피 측은 20일 오후 돌연 정전 선언을 했지만, 연합군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리비아의 정전 선언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군사제재를 멈출 뜻이 없다고 했고, 리비아 국영 TV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트리폴리 관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바이유 '급등'… 다시 110달러대


연합군의 군사개입 소식에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주춤했던 국제 상품 시세는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수요 감소가 예상돼 한동안 100달러 초반대까지 주저앉았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18일 배럴당 4.01달러 오른 110.11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다시 110달러선 위로 올라섰다.


지난 15일 배럴당 97.18달러까지 급락했던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18일 101.07달러까지 오르며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라 한동안 기름값 인하 기대는 접어둬야 할 듯하다. 21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www.opinet.co.kr) 집계 결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56.29원으로 163일째 상승했다.


아울러 하락세를 보이던 주요 원자재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11일 351.88, 나흘 뒤인 15일 338.14까지 내려갔던 CRB(국제원자재가격 지수)지수는 16일부터 사흘 연속 올라 18일에는 351.15까지 상승했다. 일본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불과 한 주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환시 반응도 주목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충돌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G7이 "환율 안정을 위해 공동 개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79엔대에서 81엔대로 떨어졌지만, 앞으로 어떤 그래프를 그리게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8일 4거래일 만에 1120원대로 내려선 원·달러 환율 역시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룻새 8.7원 내린 1126.6원에 장을 마쳤지만, 시장참가자들은 대외 변수에 민감한 환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21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0.1원 떨어진 1126.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물가苦 우려… G20도 나선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지난주 물가안정 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환율·물가 전망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8일 회의에서 "G7의 환율 공조 합의가 나오는 등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환율 불안은 곧 안정될 것이고, 다음주가 지나면 국제유가 하락세도 국내 공급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일본에서 들여오는 농수산식품이나 소비재 수입 비중이 높지 않아 물가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갈 길이 먼 일본 대지진 수습에 리비아 사태가 겹치면서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속앓이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G7의 적극적인 환시 개입 속에도 뒷짐을 지고 있던 G20은 발등의 불을 끄자며 손을 맞잡았다.


손병두 G20 기획조정단 단장은 "G20 회원국들이 리비아 군사충돌 등 중동 사태 장기화로 유가 급등세가 계속되고, 일본의 대지진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오는 4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재무장관회의에서 산유국에 대한 증산 요청이나 일본 경제 상황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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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단장은 아울러 "일부 국가는 일본 원전 사태를 보면서 회원국끼리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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