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일찌감치 재수를 결정한 아들을 둔 오정희(45ㆍ여ㆍ서울 양천구)씨는 아들을 강남에 있는 재수학원에 보냈다. 학원비는 한 달에 120만원. 여기에 교재비 20만원ㆍ교통비 15만원ㆍ식비 25만원ㆍ논술첨삭비 20만원 등을 합치면 아들한테 들어가는 돈은 한 달에 약 200만원이다. 오씨는 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몰랐다. '학원비'에 교재비 등이 모두 포함된 줄 알았던 것이다. 오씨는 15일 "처음 상담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생각보다 너무 큰 규모로 돈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오씨가 당황한 건 일선 학원들의 '학원비 편법 부풀리기' 관행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원들이 교재비ㆍ논술지도비ㆍ첨삭지도비ㆍ모의고사비 등 학원비와 별도로 청구하는 비용 항목은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지난 해 매출액 합계가 2458억원인데, 이 중 학원비를 뺀 온라인강의 매출이 1563억원, 온라인교재 매출이 186억원이다.


학원들의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개정안의 핵심은 '학원에 납부하는 교습비와 그 외에 추가로 납부하는 일체의 경비'를 '교습비 등'으로 정의해 학원비로 분류한다는 내용이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비용을 과다 청구해온 학원들은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봐야 할 판이다. 개정안을 안 지키면 관할 교육청 등을 통해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오씨같은 학부모들의 부담도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12일 종료된 3월 임시국회에서 학원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민생법안 개정안 및 신설 법안을 통과시켰다. 학원법 개정안 못지 않게 눈에 띄는 법안은 성폭력범죄특례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아동 대상 성폭력사범들에게만 적용되던 '성폭력 재범 방지 프로그램'을 성인 대상 성폭력사범들에게도 적용토록 해 예방의 범위를 넓혔다.


'학원비 부풀리기', 'PC방 흡연' 모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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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들어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도 주목된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계부처와 협의를 하고 자살예방 전문 위원회 심의를 거쳐 5년 단위로 자살예방 기본 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또 정부와 자치단체는 자살 실태와 예방 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5년에 한 번씩 자살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체계화해 발표해야 한다.


'흡연의 온상'이나 다름 없던 PC방에서 담배를 일체 못 피우게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주목할 만하다. 법안은 PC방ㆍ규모 150㎡ 이상 음식점ㆍ관광숙박업소ㆍ학원시설 등 모든 공공시설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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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돼 한부모가정 청소년 기준이 만25세에서 만24세로 낮아지면서 보다 많은 한부모가정 자녀들이 '청소년' 신분으로 사회적 보호의 울타리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관련법' 개정안이 마련돼 성매매 피해자 의료지원 청구권자의 범위가 넓어졌다. 지금까지는 의료지원을 받으려면 피해자 본인과 상담소 소장 등이 청구를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본인 외에 가족이나 친지가 대신 청구해줄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의료지원 혜택도 못 받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장애인이 한 시설에 수 백명씩 모여 생활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장애인복지법'도 개정됐다. 장애인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시설 입소 정원을 30인 이하로 제한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김효진 기자, 김현희· 오주연 인턴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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