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청각장애인 대변하는 '국제수화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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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제 꿈은 국제수화통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국제기구에서 청각장애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국내 최연소 방송수화통역사인 고인경(사진·여 29)씨의 소망이다. 세상은 농인들의 삶을 모르지만 그녀는 청인으로 살면서 농인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많이 듣고 전하면서 청인과 농인을 연결하고 있다.

청인이 청력을 가진 일반인을 뜻한다면 농인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해 수화로 소통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텔레비전에서 종종 보았던 수화동시통역에서 보이는 손이 바로 그녀의 손이다.


지난달 16일 본지가 보도했던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돼 지금은 구글의 웹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나종일(남 31)씨의 인터뷰도 고씨를 통해 이뤄졌다.

그녀가 수화통역을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그리스도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쌓였던 수화능력을 발휘해 볼 수 있었는데, 협회장의 수행통역을 한 게 큰 기회가 됐다.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농아인협회가 그들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체다. 농인인 협회장은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농인들의 복지를 위해 활동하기 때문에 농인사회에서는 대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공인이다. 협회장의 뜻을 전해야 하는 고씨의 임무도 막중했다.


일을 하면서 수화통역에 자신감이 붙은 그녀는 2007년 국가공인수화통역사 자격증 취득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고 MBC와 EBS 등 방송사에서도 수화통역사로 활동하게 됐다. 협회에서 4년을 근무한 후 현재 그녀는 프리랜서 수화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그녀가 다니는 학교는 2곳이나 된다. 나사렛대학교 국제수화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사 그리고 한국외대 사이버 영어통번역학과에 재학 중이다. 본업인 통역을 하고 있으며, 나사렛대학교 수화통역 강의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고씨는 지난해 6월부터 나종일씨를 만나 미국수화통역을 하면서 외국 수화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욕심이 더 생겼다고 한다. 그녀는 “말레이시아에 아시아 최초로 미국에서 공인하는 미국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라며 “나도 언젠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국제회의에서 국제수화통역을 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씨를 통해 그녀는 농인들의 처우가 미국과 한국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다시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녀는 “농인들은 청력이 없는 대신 시각적인 능력이 일반인보다 뛰어난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들의 특성을 활용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우체국이나 은행에서 서류상 오류판별, 데이터 정리 등의 업무를 맡는 경우도 많다”며 “한국에서는 주로 육체노동일이 많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에 따르면 한국의 수화교육 활성화 정책도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농인들을 위한 교육서비스나 한국수화의 연구체계도 미비하다. 그래서 한국 농인부부들은 아이가 농인으로 태어나면 불행해질까 두려워한다. 차라리 부모와 소통하기 쉽지 않지만 청인이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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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의 농인 부부들은 오히려 아이가 농인으로 태어나기를 바랄 정도라고 한다. 제1언어인 수화로 대화하면서 가족과 충분히 소통하며 자라주길 원해서다. 이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혜택도 상대적으로 크고, 농인 가문이 농인사회에서는 대우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고씨는 “이제 조금씩 한국도 지자체별로 수화통역사를 배치토록 하는 등 상황은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수화통역사를 양성하고 수화 연구를 통해 수화를 발전시키고 농인들이 제1언어인 수화를 쓰면서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밝혔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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