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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제 개정 또 실패..애타는 103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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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준영 기자]장애인ㆍ노약자 등 취약계층과 서민 103만명의 발목을 잡아온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제' 폐지 및 완화 작업이 또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부양의무제란 부모나 자식, 배우자가 자동차ㆍ집 등 재산을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40여만원, 1인가족 기준 53만여원)의 130% 이상 가진 경우 기초생활수급권을 못 받게 하는 제도다.

국회가 산적한 민생 현안을 뒤로 한 채 2200억원 규모의의원회관 신축 결정을 하고 정치자금법 개정 욕심으로 잡음을 내는 사이 생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가족 보유 재산 때문에 '최저 생계'를 위한 수급권도 못 받고 사각지대로 내몰린 사람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 사는 정승배(32ㆍ뇌병변 장애1급)씨는 지난해 정부에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했다가 부양의무제에 걸려 거절당했다. 소식도 못 듣고 사는 아버지 보유 재산 때문이었다.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 사는 정승배(32ㆍ뇌병변 장애1급)씨는 지난해 정부에 기초생활수급권을 신청했다가 부양의무제에 걸려 거절당했다. 소식도 못 듣고 사는 아버지 보유 재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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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만난 정승배(32ㆍ남)씨도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정씨는 장애 때문에 거동은 커녕 말하는 것도 불편하다. 그의 한 달 생활비는 장애연금 14만원과 행동하는의사회의 후원금 6만원, 노들장애인야학 장학금 10만원 등 모두 30만원. 여기에서 집 관리비 명목으로 15만원을 쓰고 통신비와 밥값 등을 지출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정부에 수급권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정씨가 5살 때 그를 장애인시설에 버린 뒤 연락도 거의 끊은 채 남남처럼 지내는 아버지가 보유한 집 때문이었다. 부양의무제에 걸린 것이다. 정씨는 "장애 때문에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다. 저에게 사람으로서의 자유는 있지만 생활비가 없어서 너무 힘이 든다"며 "부양의무제를 없애거나 완화해주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화만 난다"고 토로했다.

3월 임시국회 종료 하루 전인 11일 기획재정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빈곤층이라 당장 먹고살기가 어려운데도 수급권을 못 받아 정부에 수급권을 요청했다가 부양의무제에 발목을 잡혀 거절당한 사람은 정씨를 포함해 103만여명이다. 대부분 연락도 안 되는 가족들이 보유한 집 한 채, 저당잡혀서 융통이 불가능한 자동차 한 대 등 활용가치가 없는 알량한 재산에 발목이 잡힌 경우다. 인구의 약 2%가 최저생계도 보장받기 어려운 '수급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셈이다.
곽정숙 민주노동당ㆍ최영희 민주당ㆍ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거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회기가 열릴 때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안건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안건으로 겨우 상정은 됐지만 후순위로 밀려 별다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갈등에 따른 국회 파행 등으로 처리가 미뤄진 법안이 보건복지위에만 이미 400개가 넘게 쌓였기 때문이다.

곽정숙 민노당 의원 측은 "법안이 아무리 많이 쌓여있더라도 이번 개정안이 또 논의조차 안 된 걸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분들은 하루가 급하다. 처리가 늦어지는 건 그들에게 고통의 연장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허신행 노들장애인야학 자원봉사자는 "수급권 때문에 '친자(親子)부인' 소송을 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끊은 사람, 이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심지어 장애인인 자녀가 수급권을 따낼 수 있도록 자살하는 노부부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최예륜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수급권 사각지대를 없애지 않고선 복지를 말 할 수 없다"며 "정치권은 복지를 얘기하기 전에 수급권 사각지대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조속히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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