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승인 2년째 합병 늦어진 까닭은
G마켓-옥션, 공정위 엄격해진 잣대 속앓이
잇따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공격적인 발언에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물가잡기’에 이어 최근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둘러싼 공정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공정위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위한 사전심사 요청에 조건부 승인 내용을 발표했다. 다음해 4월 이베이는 G마켓 인수를 확정했다. 이베이의 G마켓 인수는 곧 옥션과 G마켓의 합병을 의미했다.
인수합병을 동시 추진하느냐 인수 후 합병 수순을 밟느냐는 절차의 문제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그러나 2월 현재 아직 두 기업 간 합병은 공식화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단기적 시장점유율보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 구조의 역동적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숙고 끝에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장 독과점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었으나 시장 역동성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최근의 온라인 쇼핑몰 시장 상황은 이러한 공정위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 9일 NHN이 오픈마켓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기존 G마켓과 옥션, SK텔레콤의 11번가 간의 경쟁구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됐다. 나아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온라인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후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온·오프라인이라는 시장 구분도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베이는 G마켓을 인수하면서 영세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G마켓이라는 한국형 유통 성공 모델로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당초의 구상이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이베이 관계자는 “국내 중소상인들의 해외 판매 지원을 위해 미국에 창고를 지으려던 계획은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베이는 G마켓을 인수하면서 한국에 약 1조 5000억 원을 투자했다. 합병이 완료되지 못할 경우 인수 당시 이베이가 세웠던 한국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공정위는 2008년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던 당시와는 달리 ‘합병’을 엄중 심사하겠다고 밝혀 입장을 바꿨다. 통상 계열사 간 결합은 간이심사 대상이지만, 이번 합병은 일반심사 대상으로 보고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의지다.
공정위는 이 같은 입장 변화의 근거로 G마켓의 불공정거래행위 적발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승인을 결정한 당시의 조건과 상관없는 사안으로 합병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감독기관의 입장이 수시로 바뀔 경우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가 보장될 수 없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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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제 관련 장관들과 경제 5단체장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공정위는 3월 안에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의 입장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그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연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이란 과제를 두고 공정위가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승인 당시 조건부 약속이 잘 지켜지도록 감시하는 데 그 역할을 집중할 것인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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