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코스피가 장초반 상승 폭을 반납하며 마감한 점이나, 여러 번에 걸친 삼성전자의 100만원선 안착시도 무산 등에서 볼 수 있듯, 지수는 현재 고점 돌파와 안착 과정에서의 부담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적극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에 따른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무디스, 피치 등 나머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일본의 신용등급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힌 점,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는 국면이라는 점 등이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을 제한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日 재정적자..남유럽 국가들과 다르다"= S&P가 일본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일본 정부의 재정 적자가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P는 일본의 정부 부채 비율이 2020년 중반에 가서야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 수준은 2010 회계연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9.1%에서 2013년에도 8.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정 적자가 크더라도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거나, 기축 통화국이거나, 국채를 자국민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재정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은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재정 위기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재정 적자에 대한 부정적 심리를 환기시키는 정도의 영향은 줄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美 정부부채 남유럽 국가들보다 높다는데.."=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재정상태가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비중이 남유럽 국가들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경우 국채를 보유한 채권자의 절반 가량이 외국인이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채권자 비중이 10%가 되지 않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만기시 상환압력은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의 상황이 일본보다 더 열위에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등 타 선진국의 강등 우려는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가채무 및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나 미국의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정부의 재정감축 의지가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수출주 괜찮을까?"= 이번 조치가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단기적인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엔 약세,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당장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례를 제외하고 일본 신용등급 조정이 총 네 차례 걸쳐 있었지만 경험적으로 신용등급 조정 방향과 엔화 방향성은 일관성이 없다"며 "달러 방향성 또는 엔캐리 강도가 오히려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엔 약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근거로는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QE2)가 진행 중인 상황에 본질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점, 엔캐리가 부활하기에 내외 금리 차나 엔 약세 전망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IT, 화학, 조선, 자동차 등 수출 산업의 피해 역시 단기적이거나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엔화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원·엔 교역 환율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예상해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단순히 교역환율이라는 단일 변수로 평가할 사안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미국 경기 상승이 지속되고 QE2가 예정대로 종료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오는 6~7월경에는 엔·달러 환율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지난해 엔 강세 전망이 자리잡으면서 일본으로 단기성 자금이 많이 유입됐는데 단기성 자금은 엔화 전망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엔·달러 환율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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