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전세대란·물가·고위층 비리·남북관계…'희망의 봄' 언제쯤
그뿐인가. 쪽방촌에선 독거노인이 굶어 죽고, 장바구니 물가에 온 서민들의 가슴도 멍들었다. 가녀린 짐승들은 산 채로 매몰되고 국토는 신음하고 있다. 착한 농심(農心)마저 무너졌다.
나라가 아직도 전쟁불안에 시달리는데도 권력 놀음에 빠진 정치인들도 그렇다. 유물로 변한 박물관의 낡은 이데올로기를 꺼내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지식인들도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이다.
감사원장 후보자로 측근을 세운 권력의 오만도 문제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바라는 국민정서를 외면한 소통의 부재가 새로운 갈등을 불러왔다. 단순히 인사 난맥으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간단치 않다.
구제역이 생생한 사례다. 지금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은 6개 시ㆍ도, 119곳이다. 살처분 한 가축만 134만마리로 피해규모만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를 관리해야할 사람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현재의 피해만으로도 수급 정상화를 이루는 데 2년 이상 걸릴 정도다.
전세시장은 이미 손 쓰기 어려울 지경이다. 몇 개월 새 수 천만원이 급등하면서 가난한 서민들은 다가구주택 등 도시 빈민촌으로 밀려나고 있다. 더 이상 도시에서 살기 어려운 이들은 변두리로 떠나고 있다. 슬럼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양극화와 물가 태풍은 서서히 서민들의 생존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 위기에 다름 아니다. 강퍅한 삶이 국민들을 짓누르지만 '컨트롤 타워'가 보이질 않는다.
위기를 이기는 길은 정부와 공직자의 헌신, 지도층의 희생, 국민의 단결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혁의 물꼬를 다시 트고, 민생을 현장에서부터 챙기고, 국민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어야 한다. 오만과 독선이 아닌 진정한 소통, 사닥으로부터의 새로운 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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