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2010년 6월 대만과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격인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공식 체결했다. 2008년 당선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양안 공동시장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국제무대 고립을 타파한다는 실리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로서 국내총생산(GDP) 5조3000억달러로 일본 경제규모를 뛰어넘는 거대 단일시장 '차이완'이 등장했다.


대만에 있어 ECFA체결의 의미는 크다. 중국 시장 선제 공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이후 타국과의 무역협정 추진에도 유리한 고지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역시 대만을 중화권으로 묶어둔다는 정치적 명분 외에도 한국ㆍ일본과의 FTA 추진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으며 대만을 통해 선진 산업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대만ㆍ중국 ECFA의 특징은 가시적 효과를 내기 위한 '조기수확(Early Harvest)'프로그램을 주요 공산품 및 서비스 분야에 적용하는 점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합의가 완료된 806개 항목을 교환했다. 대만상품 539개 품목, 중국상품 267개 품목에 대해 2013년까지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중국이 회계ㆍ은행ㆍ증권ㆍ보험 등 11개 부문을 개방하고 대만이 연구개발ㆍ영화ㆍ유통ㆍ은행 등 7개 부문을 개방한다. 특히 금융분야의 경우 중국은 앞서 체결한 중국-홍콩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보다 일부 진전된 양허 내용을 담았다.

◆ ECFA 끝이 아니다...이후 본 협상이 진짜 = ECFA를 통해 대만은 석유화학산업 분야의 관세가 대폭 낮춰지면서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술력을 가진 대만 업체와 중국 업체간 협력이 강화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대만 IT분야 업체들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분야 개방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대만 단장(淡江)대 대륙연구소의 장우웨 소장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가 서비스 부문인 대만으로서는 양안 서비스 시장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중화경제원은 ECFA 체결로 대만 경제성장률이 최대 1.72%정도 증가하고 3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인프라ㆍ석유화학ㆍ철강 등 산업에서의 긍정적 효과와 함께 대만으로의 외국인투자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ECFA를 통한 경제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중국 시장으로의 무관세 혜택을 기대하고 대만에 자동차 부품 조립공장 건설을 검토했으나 관세 양허 품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투자를 유보한 상태다. 대만 현지 업체들도 관세 철폐 항목이 더 많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ECFA는 기본협정의 개념이며 두 나라는 발효 후 분야별 협상을 시작한다는 합의에 따라 올해 6월까지 양안간 FTA 추진을 위한 본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화학ㆍ철강ㆍ자동차산업 등에서 개방 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 “5년 내 한국 잡는다” = 이러한 차이완 효과로 인해 대만 경제는 올해 순항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대만 경제는 지난해 10%의 전례없는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증시 가권지수는 연 9.6% 상승했고 민간부문과 외국인 투자는 33% 증가했다. 한편 실업률은 11월 3년만에 5% 아래로 떨어졌다.


대만 행정원은 수출 증가와 ECFA에 따른 대중 교역 확대에 힘입어 2011년 대만 경제가 4.5%의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대만 경제가 2011년 4.4%에서 2015년 5%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행정원의 크리스티나 류 경제건설위원장은 향후 5년 안에 대만 경제가 한국ㆍ홍콩ㆍ싱가포르를 추월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고속성장의 부작용이 문제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과열되고 시중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만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대만달러가 13년간 최고 수준으로 절상되면서 해외 유동성 유입이 가속화되자 해외 자본 규제에 나섰을 정도다.


대만 '차이나타임즈'지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체감경기는 차갑고 빈부격차는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올해 대만 정부가 부동산 가격 억제와 사회계층갈등 해소, 서민경제 활성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만, 경계를 늦춰서는 안돼 = 대만은 한국과 같은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라는 면에서 비슷하다. 한국의 주력 산업분야인 반도체메모리, LCD, 전자, 철강, 화학 등은 대만의 주력 산업이기도 하며 한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대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IT산업에서는 한국보다 앞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대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대한(對韓)경쟁의식을 갖고 있으며 일반인의 관심도 역시 높다는 것이 현지 한국인들의 전언이다.


대만ㆍ중국 ECFA는 특히 석유화학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은경제연구소는 7월 '중국-대만 ECFA 체결의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중 수출비중이 50% 이상인 석유화학산업 분야에 관세 양허 항목이 다수 포함돼 대만 업체들의 시장 잠식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철강분야에서는 단기적 영향은 약하나 이후 관세인하 폭이 확대될 경우 대만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으며 일반기계 부문은 특히 금속가공기계의 관세율이 높아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가장 경합관계가 높은 IT산업 부문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한국ㆍ대만ㆍ중국간 무관세화가 이뤄져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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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경제연구소는 브랜드인지도ㆍ제품차별성ㆍ기술우위 확보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가격경쟁력의 열세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원자재 확보처 다변화를 통한 가격하락과 중국 현지투자 확대, 대만 현지진출 기업을 통한 우회로 확보, 중국 완제품 제조사에 국내기업이 소재ㆍ장비공급을 확대하는 분업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며 얼마든지 한국 산업을 추월할 저력을 갖고 있다고 조언한다. 지금부터라도 대만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는 한편 정치ㆍ사회ㆍ경제 전반에 걸쳐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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