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리베이트 기준…쌍벌제 압박에 대혼란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 등 제도를 시행하면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제약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새 해가 코앞이지만 마케팅 전략수립은 엄두도 못낸 채 '눈치만 보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판매촉진 목적이 아니면 개별 사안별로 가능하다'는 게 최신 '버전'이다. 개별 사안이란 '사회 통념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정한다는 뜻이다.
업계는 당연히 혼란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이 판매촉진인지, 무엇이 사회 통념인지 아무런 지침도 받지 못했다"며 "본보기로 몇 회사가 처벌을 받게 돼야 정부의 '심오한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내년에 계획된 제품설명회, 강연회 등이 모두 취소됐다"며 "의사들에게 '이 행사는 합법이다'라고 설명해도, 지레 겁을 먹어서인지 참석을 거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통상 관리가 필요한 '키닥터(key doctor)'를 선정해 '자문위원' 등의 직책을 주고 강연료나 자문료 등을 지급해왔다. 회사에 따라 10∼30명 정도 되는데, 많은 경우 1년에 수천만원의 자문료를 받는 의사도 있었다.
리베이트 개념의 자문료 등은 거품을 뺄 필요가 있지만, 학술정보 제공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는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가능범위'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다국적제약사들의 희망사항이다.
이런 혼란에서 비껴난 국내 제약사들도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그 간의 마케팅 전략이 '의사를 열심히 만나고 설득해서 매출을 올리자'에 가까웠기 때문에, 리베이트 금지에 따른 대안마련이 더 궁색하다. 성급히 '지식영업'이란 단어를 꺼내는 곳도 있으나, 단기간 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 현실성이 좀 떨어져 보인다.
국내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결국 제품에 대한 '학술자료'를 마련해 의사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하는 게 내부 인식"이라며 "하지만 내년부터 당장 체질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라 연말 세부전략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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