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역사의 변곡점 마다 요동쳐… 한국경제 60년사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물가는 종종 시대 상황을 드러내는 바로미터 구실을 한다. 시장에서 수급 곡선이 만나 결정하는 가격이지만, 정국이 불안하고 경제 정책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면 필연적으로 물가가 오른다. 화폐개혁 실패로 물가 폭등을 경험한 북한의 사례가 단적인 예다.


돌아보면 대한민국에서도 역사의 변곡점마다 물가가 출렁였다. ▲광복 ▲한국전쟁 ▲경제개발 ▲1·2차 석유파동 ▲외환·금융위기 등 시대를 바꿔놓은 변수 앞에서 물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3일 정부가 펴낸 '한국경제 60년사'는 물가의 역사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광복 후 혼란기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지만 사회상은 극도로 혼란해 진다. 정부수립 이전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경제체제 전환은(전시 통제경제체제→자유경제체제)은 거칠게 이뤄졌다. 특히 남북에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에 몰려있던 공업 기반시설을 잃게되자 남한은 오랜기간 물자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미군정을 끝내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소비자물가는 58%까지 뛴다.

◆한국전쟁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기는 통계 작성 이후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다. 전쟁이 발발한 1950년 물가 상승률은 168%, 그나마 갖추고 있던 산업생산 기반이 완전히 마비되자 이듬해 물가는 390% 이상 폭등한다. UN군 전비 조달을 위해 통화 공급을 대폭 늘린 것도 물가를 요동치게 한 원인이 됐다. 1952년에도 물가 상승률은 87%에 다다랐다. 1953년의 화폐개혁으로 물가는 잠시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지만, 1955년 원달러 환율이 18원에서 50원으로 급등하자 물가는 다시 68%까지 치솟는다.


이후 무서운 물가 상승세는 다소 누그러진다. 정부는 미국과 함께 강력한 재정안정계획을 바탕으로 재정수지를 개선했고, 미국은 남는 농산물을 들여와 쌀 값을 안정시켰다. 1957년부터 연이어 풍년이 든 것도 농산물가격 안정에 보탬이 됐다.


◆경제개발계획


1960년대 초반으로 넘어오며 물가 상승률은 잠시 한 자릿수까지 줄어든다. 1961년 군사정권이 들어선 뒤 쌀과 보리, 연탄과 비료 등 생필품에 대한 가격 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물가는 다시 상승해 1963년 21%, 1964년 30%까지 오른다. 본격적인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돼 나타난 '개발 인플레이션'이다. 사회 기반시설을 마련하면서 수입이 늘어 달러화 수요는 폭증했지만, 원조는 줄어들던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을 엄격히 통제하자 수입상품 물가가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원당 등의 관세를 올리고, 1964년 100% 가까이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도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1·2차 석유파동


1970년대 이후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환율 등락에 따른 수입가격 변화와 임금 인상이다.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3~1974년 달러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원달러 환율은 20% 이상 올랐고, 수입 상품 가격도 연평균 44% 급등했다. 이런 영향으로 1974년과 이듬해 물가는 연평균 25%씩 높아졌다.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9년부터 1981년 사이에도 연평균 23%에 이르는 물가 오름세가 나타난다.


◆외환·금융위기


외환위기로 숱한 기업들이 무너지고 수 백만 명의 실직자가 나온 1990년대말에도 환율 상승이 물가 오름세를 부추기는 '수입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그 여파로 1998년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5%까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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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0년대들어 2007년까지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3.0%선의 안정세를 보인 건 국내 투자와 소비가 둔화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5.2%에 그쳤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휘청인 2008년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며 수입단가가 21% 상승했지만, 경기 부진 속에 실제 물가 상승률은 4.7%에 그쳤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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