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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허락도 없이'..미성년 자녀 상거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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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생활법률 이야기>
강신업(사진) 액스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만 15세인 김모군은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평소 인터넷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김군은 친구들과 하루 다섯 시간씩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게 기본인데, 친구들에 비해 자신의 컴퓨터 성능이 떨어져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는 게 쉽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
김군은 만 14세 되던 생일에 부모님과 친지들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시가 50만원 상당의 PMP와 시가 20만원 상당의 겨울점퍼를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카페를 통해 만 22세의 대학생 박모씨에게 현금을 받고 팔았다. 김군은 평소 모아둔 자신의 용돈과 박씨에게서 받은 현금을 합쳐 집 앞 전자상점에서 최신형 컴퓨터(시가 80만원)를 구입했다.

새 컴퓨터를 보고 김군의 '거래 행각'을 모두 알아낸 김군 아버지는 아들이 마음대로 저지른 거래를 취소하고 다 없었던 일로 만들길 원한다. 가능할까? 만약 김군 아버지가 박씨와 전자상점 주인에게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하면 박씨 등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현행 민법 4조는 만 20세부터 성년으로 보기 때문에, 만 20세가 되지 않은 김군은 미성년자에 해당한다. 민법 5조는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법적으로 의미가 있는 의사표시를 통해 일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정한다.
만약 동의를 얻지 않고 미성년자가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하면 민법 140조에 따라 미성년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게 원칙이다. 취소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민법 5조 단서에서, 미성년자가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법률행위를 했다면 이는 취소할 수 없다.

민법 6조에서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에게 ‘범위를 정해서 처분을 허락’한 경우에는, 그 처분이 허락된 재산을 미성년자가 처분한 경우 법정대리인은 취소할 수 없다. 용돈을 주면서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사먹고 필요한 문제집을 사서 보라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자녀가 자기 마음대로 상거래를 해 물건을 구입했지만 부모도 마침 해당 물품이 필요해서 구매할 계획이었다는 등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를 굳이 취소할 필요가 없는 사정이 있다면 민법 143조에 따라 ‘추인(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대해서 취소하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할 수 있다. 추인을 한 이후에는 취소할 수 없다.

서두에 언급한 사례를 보면, 미성년자 김군이 박씨로부터 돈을 받는 대신 자신의 중고물품을 건넸고, 전자상점에서 새로운 컴퓨터를 받으면서 돈을 줬기 때문에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경우가 아니다.

김군 아버지가 '100만원 이하의 거래는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해도 된다'는 식으로 ‘범위를 정해서 처분을 허락’한 경우도 아니라서 김군이 박씨에게 PMP와 겨울점퍼를 판 것이나 전자상점에서 컴퓨터를 산 것 모두 취소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박씨와 전자상점 주인은 김군 아버지가 취소할 지 말지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민법은 미성년자와 거래한 상대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 보호를 해 준다.

박씨와 전자상점 주인은 민법 15조 2항에 따라 김군 아버지에게 한 달 이상의 기간을 정해서 추인할 건지 안 할 건지 확답을 해달라고 ‘최고’할 수 있다. 김군 아버지가 정해진 기간 안에 확답을 하지 않으면 추인 한 것으로 간주해도 된다. 만약 거래 당시 김군이 미성년자임을 몰랐다면, 상대의 추인이 있기 전까지 자신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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