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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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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미국 덴버 공항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보잉 737기가 이륙하다가 미끄러졌습니다. 38명이 다쳤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고가 나면 어떻게 했습니까? 구조요청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세상에 퍼져 나갔습니다. 사고 소식은 신문이나 방송보다 더 빨리 전파됐습니다. 물론 구조도 이루어졌습니다.
트위터가 신문이나 방송을 대신했습니다.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 사람은 기자가 아니었습니다. 한 탑승객이 구조요청 대신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것도 육하원칙이 무시된 글이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비행기. 사고가 났어”.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기존의 미디어를 능가하는 파워가 트위터를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 사건이 다 처리된 후 블로거들이 정리해서 글을 올리던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시대가 왔습니다. 실시간으로 사건 내용과 불만을 올리고, 바로 반응하는 광속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제프 자비스가 델과 치른 전쟁 얘기 들어봤습니까? 그는 미국의 파워 블로거입니다. 개인블로그 버즈머신(Buzz Machine)을 운영하고 있지요.
어느 날 그는 1600달러짜리 델 노트북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이상 과열로 인해 턱없이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 때문에 짜증이 났습니다. 제프는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 수리 신청을 했습니다.

집에 방문한 서비스요원은 부품이 없다며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다시 찾은 직원은 본사로 수리를 보내라는 말만 한 채 떠나 버립니다.

다시 수리 신청을 했지만 AS직원들이 보내오는 메일에는 번번이 이름이 잘못 적혀 있을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제프 자비스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더 이상 참지 못합니다.

“Dell lies, Dell sucks.”

그는 이 같은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립니다. 델은 거짓말을 하고, 델은 엉터리라는 얘기지요. 회사 측은 자비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엉뚱한 대응을 합니다.
블로거들이 하나둘씩 이 문제에 개입하자 사태의 심각성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부정적인 평가가 쌓여갔습니다. 많은 블로거들은 끈질기게 델 측의 대답을 요구했습니다.

델이 응답했을 때 델은 이미 상당한 신뢰를 잃은 상태였습니다. 수 천건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온라인 세상에 퍼져 버렸습니다. 델의 주가는 급락했고, 결국 경영진이 직접 사과했습니다. 델은 너무 늦게 행동했고,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고객도 잃어버렸습니다.

결국 델 컴퓨터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지만 회사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1인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교보문고 북모닝 최고경영자(CEO) 뉴스레터에 올려진 동영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09년 4월 유튜브에 떴던 엽기적 동영상이었습니다. 제목은 역겨운 도미노피자. 화면을 본 사람이면 도미노피자를 다시 찾지 않을 것입니다. 더럽고, 추하고, 역겹고,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뱃속에 있는 음식물도 토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방의 종업원이 자신의 코딱지를 떼어 내 피자 속에 넣습니다. 주방 종업원 2명이 찍어서 올린 것입니다.
아무리 장난기 섞인 동영상이지만 이를 보고 도미노피자를 사 먹을 소비자는 없을 것입니다.
이 동영상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사건 발생 48시간 후 도미노피자의 패트릭 도일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도미노피자의 CEO 패트릭 도일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도미노 직원 중 2명이 재미있다고 올린 도미노피자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그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전 세계 수십만명의 소비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CEO의 사과를 지켜봤고, 잠시 타격을 입었던 도미노피자의 이미지는 회복됐습니다.

이 일이 있은 한 달 뒤 이번에는 KFC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KFC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100만명에게 공짜 쿠폰 지급을 약속합니다. 이 프로를 본 많은 사람들이 전국의 매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KFC 창립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렸습니다.

그러나 본사의 지침에 반대하는 지점장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협조적이었습니다. 매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고객들은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회사 측은 사과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로저 에톤 회장이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과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불만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사과를 위한 사과, 형식적인 사과를 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사과했는데 도미노피자 사장의 사과는 먹혔고, KFC 회장의 사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한 사람의 부모로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떤 작은 문제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도미노피자 사장은 사건을 숨기거나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느낀 점을 낱낱이 지적하며 사과했습니다. 그것이 추락하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물론 이 동영상은 사과의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IT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소통의 수단입니다. 이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진화로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고, 이 물결은 새로운 문화, 인류의 진화를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5억명의 고객(청중)을 확보하는데 걸린 시간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라디오는 3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TV는 1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란 신기술이 나오더니 그 기간을 엄청나게 단축시켰습니다. 불과 4년만에 5억명의 청중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이런 기록들은 모두 웃음거리가 돼 버렸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이 나오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페이스북이 5억명의 이용자를 모으는데 걸린 기간은 딱 2년이 걸렸습니다.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순서로 온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스마트 사회가 이렇게 빨리 앞당겨질 줄은 감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구촌의 많은 경영자들로부터 그렇게 존경받던 잭 웰치, 새로운 기술의 지존으로 영원한 1등 기업, 기업인으로 남을 것 같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까지 박물관으로 갈 신세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사회를 앞당긴 애플, 스티브잡스가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터넷 이용방식이 바뀌어지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사이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산업이나 문화, 마케팅에서 소통의 절대적인 영역 등 거의 모든 부문에 대지진에 버금가는 파괴적 창조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한 달 후면 어김없이 새로운 한 해, 2011년이 시작됩니다. 글로벌 시계, 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자의 신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온다는 미래, 예상치 못한 순서로 온다는 미래를 차분하게 준비하는 12월 되시기 바랍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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