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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G20前 불법 광고 전쟁 지자체 옥죄면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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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 7일 오후 4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 지하철 출구로 나오자마자 2~3명의 사람들이 달려들더니 각종 광고물을 손에 쥐어줬다. ‘000집 오픈기념 특별서비스’, ‘00대리운전’등 업체 홍보물은 물론 ‘여대생 마사지’라고 적힌 음란 전단지도 있었다.

다양한 음식가게가 늘어선 강남역 뒷골목으로 들어가 약 400여m를 걷는 동안 본 기자가 받은 광고물은 총 13건. 몇몇 사람들은 전단지를 받은지 10초도 안돼 길거리에 버렸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직원들 역시 ‘호외’를 뿌리듯 걸어다니며 홍보하고 있었다.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에 나선 기초자치단체가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중단속에 대한 지시를 내린 행정안전부와 직접 몸으로 뛰는 자치구간의 손발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광고물을 단속하는 인원이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집중단속하라고 지시만 내리면 다 해결되는 줄 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각 시·군·구가 옥외광고정비기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도 없고 단속 인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성과를 보고하라고 한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행안부는 G20을 대비해 지난 7월말 옥외 및 불법 광고물에 대한 집중단속을 각 자치구에 주문했다. 이에 자치구들은 8월초부터 9월말까지, 10월초부터 말까지 총 두 차례에 거쳐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이 기간동안 걷어들인 불법 광고물은 종류별로 현수막 3만7913개, 에어라이트 1314개, 입간판 7697개 등이다.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총 2332건으로 금액만 5억9000여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 자치구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몇몇 자치구는 저소득층 가구 인원을 대상으로 불법 광고물 수거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광고물을 수거하면 수고비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마저도 힘든 자치구의 공무원들은 직접 몸으로 뛰고 있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8월 중순에 실시된 집중단속 기간 동안 대부분의 남자직원들은 업무외 시간에는 광고물 단속에 동원됐다”며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당연이 적발건수도 많아야했다”고 밝혔다.

결국 각 자치구별로 실적이 보고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인원을 투입해 많은 과태료를 부과해야했다는 것이다. 행안부의 말처럼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광고물은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국가로서는 옥에 티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집중단속을 실시해 실적을 보고하라’는 일방적인 주문보다는 각 자치구의 상황에 맞게 지원을 통해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단속을 실시한 곳에 가면 그 자리에 또 다른 광고물이 있다. 이건 좀비하고 싸우는 것처럼 끝이 없다.”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등장하는 광고물을 한 자치구 관계자는 ‘좀비’로 비유했다. 정부는 집중단속에 대한 성과를 기대했다면 몸살을 겪었을 자치구도 한 번쯤은 생각해줘야한다. 두 차례의 단속기간 동안 자치구는 정해진 인원과 재정을 돌리고 돌려 4만여개의 광고물을 압수하고 6억원의 과태료를 걷어들였다.

이번 집중단속 지시에 불만을 갖었던 공무원들의 속내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줬으면 한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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