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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명박 대통령 제47차 라디오·인터넷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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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지난 우리는 15년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곤파스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저도 수시로 태풍 상황을 체크하고, 정부와 지자체, 민간 모두 노력했지만 곳곳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더욱 철저히 대비해서 금년에 더 이상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없어야 하겠습니다.
지난 9월 2일, 1년 8개월 만에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국민경제대책회의로 확대 전환했습니다. 민생 현장의 문제를 더 폭넓게 다루기 위해서였습니다. 돌이켜보면 2008년 가을에 시작된 세계금융위기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엄청난 위기였습니다.

수출이 급감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환율도 치솟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반드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하고,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청와대 지하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했습니다.

이후 저는 매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당시 여러 차례 위기설이 나돌 때였습니다. 정말 저 역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경제의 저력과, 위기 때마다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단합된 힘을 믿었습니다.
위기 극복의 첫 고비는 2008년 말 미국, 중국, 일본과 각각 300억불씩 하여 9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의 한중 관계를 보여주는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위기극복의 두 번째 고비는 2008년 11월 제1차 워싱턴 G20정상회의였습니다. 당시 선진국들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아 보호주의 성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정상회의 때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개방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세계 경제역사를 돌이켜 보면 보호무역주의는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뿐이었습니다. 더욱이 수출이 중요한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 주장이 관철되어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G20 정상들의 공동성명이 발표됐습니다. 이 합의로 우리는 수출의 길을 지켜냈으며 한 편으로는 국제적 위상도 높일 수가 있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큰 희망을 발견한, 기쁜 순간도 있었습니다. 2009년 2월 23일,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룬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대타협입니다. 대타협의 실질 성과도 중요하지만, 저는 고통을 분담하는 정신, 그 자체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우리나라를 ‘경제회복의 모범’으로 평가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유례없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계속한 결과로만 볼 수 없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국운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해 상반기 우리 수출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7위에 올랐습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한 마음으로 노력한 근로자, 중소기업과 대기업, 공직자, 그리고 모든 국민 여러분,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성장의 온기가 아직 골고루 퍼지지 않아 마음이 아직도 무겁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 새벽, 추석을 앞두고 도매시장에 갔습니다. 과일, 채소를 거래하는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현장에 갔을 때, 정말 장바구니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새벽 도매시장에까지 나온 주부들은 값이 너무 올랐다며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을 봤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오이, 호박, 마늘 값이 많이 오른 것을 저도 확인했습니다.

회의를 현장에서 끝내고 시장을 돌아보는데, 40년을 넘게 리어카 장사를 하다가 이번에 겨우 임시 가게를 얻었다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추석 대목에도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어려워하는 할머니를 위로하자, 그 할머니는 “나와 함께 10년 이상 노점상을 하던 사람인데, 지금 나보다도 훨씬 더 형편이 어렵다.”고 하시면서 “대통령께서 꼭 그 분을 위로해 주면 좋겠다"고 제 손을 끌었습니다.

함께 간 곳은 감자를 파는 가게였는데, 정말 손님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주인 아주머니는 저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정말 장사가 안 되요…”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힘내시라”고 하면서, 손을 꼭 잡아주는 게 다였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놀랍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습니다. 그저 경제를 살려서 장사 잘 되게 해 주세요. 저는 그런대로 해 나가겠습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 분들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한편 감동적이었습니다.

제가 그 분들에게 당장 해 드린 것은 제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할머니께 채워드리고, 배추와 감자를 사드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저에게 주신 교훈은 컸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계속 그 두 분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모처럼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빨리 이 온기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질 수 있도록 더욱 열과 성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2008년 말에 만났던 가락시장 할머니를 오늘까지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이 두 분도 오랫동안 제가 아마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이름은 달라졌지만, 국민경제대책회의에 임하는 저와 정부의 각오는 더욱 비상합니다. 그래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1차부터 새로 시작하지 않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이어나가는 것도, 지금까지의 자세를 더욱 다잡기 위해서입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에 더욱 역점을 둘 것입니다. 저는 추석을 앞두고 더더욱 서민들의 그 아픈 마음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새벽시장에서 만난 그 분들이 “장사가 잘 되요, 이제 살 만해요” 라며, 웃을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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