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평원 곳곳에 마치 두바이 시내의 사진 한 컷을 보는듯한 현대식 마천루들이 드문드문 솟아 있는 카자흐스탄의 수도는 한 눈에도 역동성이 꿈틀대고 있었다.
짬을 내 들른 아스타나시의 ‘다민족관’에는 각각의 민족 풍습과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물들과 함께 민족간 화합을 상징하는 조형물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130개에 달하는 민족들이 어떻게 한 나라를 이룰 수 있었을까.
업무 차 여러 발주처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해소됐다. 이들은 모두 ‘다양성’의 가치를 무엇보다 존중하고 중시했던 칭기즈칸의 후예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부터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와 영토를 차지했던 칭기즈칸은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는 대부분의 민족들을 정복했다. 당시 100만~200만 명이었던 그들이 1억~2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150년 동안이나 지배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현지화 정책, 다양성이었다.
국경의 의미가 사라진 21세기 ‘다양성’의 가치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폐쇄성과 획일주의로는 어떤 국가도, 기업도 영속하기 힘들다. 다양성에 기초한 창의경영만이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하는 시대다.
비근한 예로 건설만 해도 요즘 웬만한 해외현장은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가 공존하는 인종의 용광로나 다름없다. 우리 회사가 담당하고 있는 중동의 몇몇 현장은 1만명이 넘는 현장인원 중 단 5%만이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공사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서 외국인들에게 일방적인 통제와 지시, 강요와 명령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한 걸음도 공사를 진척시킬 수 없다. 다름을 존중하고 그들의 문화와 종교 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오로지 능력에 따른 인재의 기용으로 다양성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세계를 상대하는 기업이라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 내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문화, 다른 가치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힘이 오늘날 카자흐스탄을 이끄는 저력이라면, 우리 기업들도 칭기즈칸의 후예들로부터 배울 게 많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역시 ‘다양성’이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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