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억울한 루머, 겪다보니 오히려 대담해졌다"(인터뷰)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김태희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자아도취와 가식을 걷어낸 '국가대표 미녀'는 불필요한 신비주의에 스스로를 가두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끄집어낼 줄 알고 있다. 수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소탈해졌고 여유로워졌으며 확신에 차 있었다. 현명해진 것이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모 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김태희는 8시간 가까이 이어진 릴레이 인터뷰에도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불편한 질문에도 꺼리낌 없이 성실하게 답했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 배어있었다. 첫 질문은 최근 영화 '그랑프리' 제작보고회에서 나온 '후덕한' 사진들에 관한 농담이었고, 그는 솔직하고 재치 있게 답했다.
"턱 두 개로 나온 사진이요? 하하. 그땐 조금 부어 있었나 봐요. 나중에 기사 보고 조금 놀랐죠. 저도 당연히 그런 걸 보면 신경 쓰여요.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굴욕 사진이 올라오지 않을까 걱정도 해요. 이번 인터뷰 때도 사진이 비슷하면 그때 부은 게 아니라고 믿겠죠?"
김태희는 외모로 인해 자신이 덕을 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불필요한 겸손을 애써 과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재의 미모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생일이 빨라서 만으로 해도 서른이예요. 이젠 내리막길뿐이죠. (웃음) '미인의 대명사'라는 말은 감사하고 기쁘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그랑프리'는 경주 도중 사고로 말과 자신감까지 잃게 된 기수 주희(김태희 분)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내려갔다가 현지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우석(양동근 분)을 알게 된 뒤 다시 달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다.
김태희도 영화 속 주희처럼 크게 좌절한 적이 있을까. "좌절, 많이 했죠. 연기 생활 하면서 많은 좌절을 겪었던 것 같아요. 가장 컸던 적은 '아이리스' 방송 초반이었어요. 영화 '싸움' 이후 1년의 공백 뒤에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배우로서 가망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들었죠."
다행히 '아이리스'는 좋은 결실을 맺었고 극 초반 김태희에게 가해졌던 비판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차츰 반응도 좋아져서 무척 기뻤고 자신감도 얻었다"면서 "예전엔 공백 없이 연기하고 싶다고 말로만 해놓고 두려워 실천을 못했는데 이제 마음 편하게 먹고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0대가 된 김태희는 여러모로 여유로워졌다. 연기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극복했다. 톱스타로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관심과 억측, 소문에 대해서도 꽤 담대해졌다.
"결혼설이 터졌을 때 정말 억울했지만 많은 걸 느꼈어요. 헛소문이란 건 내가 행동을 조심한다고 생기지 않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죠. 오히려 이후부터 편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됐어요. 한때는 함께 출연하는 배우와 밥 한 번 같이 먹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는데 이젠 편하게 만날 수 있어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죠."
드라마 '아이리스' 이후 또다시 양윤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김태희는 '그랑프리' 홍보를 마친 뒤 쉬지 않고 10월께부터 새 드라마 촬영에 나설 예정이다. "CF 현장보다 영화 현장이 더 편해졌다"며 "그러다 보니 CF가 뚝 끊겼다"고 엄살을 피우기도 한다.
김태희는 쉽지만은 않은 연예계 생활 속에서 좌절하고 실의에 빠지지 않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 연기의 힘든 과정에서 얻는 희열에 조금씩 중독되고 있는 것이다. 첫 단독 주연작 '그랑프리'는 김태희의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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