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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달인' 최민식, 살인적인 연기로 화려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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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올드보이' 최민식이 돌아왔다. 폭발력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 섬세하면서도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연기의 달인' 최민식이 상업영화로는 '주먹이 운다'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작품이 바로 '악마를 보았다'다.

'조용한 가족' 이후 12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최민식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벌레 죽이는 것처럼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장경철 역을 소름끼치게 연기해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는 두 차례나 개봉 불가 판정과 다름없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만큼 폭력적이고 잔인한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철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관객에게 '악마'를 보게 하기 위해 연쇄살인마 역을 맡은 최민식은 극중 무표정한 얼굴로 망치와 쇠파이프를 들고 피해자를 가격하기도 하고 시체의 사지를 절단하기도 한다. 깊게 주름진 최민식의 얼굴에서 살의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 관객은 마치 영화 속 피해자가 된 것처럼 온몸이 경직되고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최민식은 영화 속에서 극단적인 연기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 악마처럼 잔인하고 포악한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몹시 선량하고 해맑은 얼굴로 이중적인 모습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영화 속 경철은 어쩌면 관객이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살인마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최민식은 그 속에 개성과 깊이를 부여한다.
최민식의 연기가 뛰어난 것은 그가 몰입이 아닌 기교의 방식을 택했음에도 관객이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읽으며 너무 몰입했더니 모르는 사람이 내게 반말만 해도 기분이 안 좋아지더라"라며 "경철에게 100% 몰입했다면 아마도 구치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한번 몰입하면 평상시에도 극중 인물에 푹 빠져 살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가 "가장 몰입을 덜 한 작품일 것"이라며 "대신 테크니컬한 방식으로 연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인물에 완전히 동화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감정이입을 통해 연기한 것이다. 그러나 관객이 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 최민식은 살인마 경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악마를 보아다'는 피로를 안겨주는 영화다. 과도한 폭력성과 잔인성뿐만 아니라 지독한 캐릭터가 관객을 힘겹게 한다. 장경철이 무고한 여성 피해자들에게 겁을 주고 폭행을 가할 때마다 관객의 피로도는 급상승한다. 살인마의 섬뜩한 기운이 영화 바깥으로까지 퍼지는 탓이다.

이미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처절한 복수를 당하는 오대수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최민식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극중 이영애의 복수 상대인 살인마로 등장해 섬뜩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악마를 보았다'는 최민식의 복수 3부작이 완료되는 영화다. 공교롭게도 3부작 모두에서 그는 처절한 복수의 상대가 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악마를 보았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최민식의 연기 하나만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살인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그의 컴백에 팬들은 그저 반가울 뿐이다.



고경석 기자 kave@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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