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수 년간 중동 지역에 집중했던 미국 고위 관료들이 최근 아시아 방문을 늘리면서 이 지역에 대한 경제 및 안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와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경제 및 안보 협력을 이유로 환영하고 있지만 중국은 입장이 다르다. 중국은 최근 쌍무 무역 협정(자유 무역 협정)이나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아시아 지역 영향력을 크게 증대시켰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안보 개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남중국해 분쟁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의를 통해 해결할 것을 제안하자 미국을 격렬히 비판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분열 후 지배 전략을 쓰고 있다”며 “분쟁을 조장한 후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재자의 탈을 쓰고 개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中, 아시아 지역 영향력 강화 = 미국의 아시아 개입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911테러를 겪고 난 후 미국의 주요 관심은 중동과 남아시아에 집중됐다. 조지 W. 부시 정권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아시아 지역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시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시 전(前) 대통령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으며 중국, 일본, 인도와의 관계도 개선했다.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원조를 아끼지 않은 것 역시 미국 영향력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의 노력도 중국의 활발한 외교 활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중국은 올해 외교 활동 중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아세안과의 FTA를 통해 교역량을 전년대비 50%나 증가시켰다. 반면 미국과 아세안과의 무역량은 28% 증가에 그쳤다. 신화 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교역량은 지난 2000~2009년 동안 무려 500% 급등했다.
또한 중국은 소위 ‘진주 목걸이 전략’을 통해 인도양에 무역 거점 및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고 있다. 남중국해~말라카해협~인도양~페르시아만의 해로에 위치한 각국 나라들에게 항구 및 도로 건설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 이밖에도 중국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를 관통하는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금융시장 협력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달 싱가포르와 1500억위안(220억7000만달러)의 통화스왑을 체결할 방침이다. 중국은 이번 통화스왑을 통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결제를 보다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 美 "중국 따라잡아라" = 이와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미국 역시 바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말께 아세안 지도자들과 또다른 회의를 갖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18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벌써 5번이나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다음달에 다시 한번 베트남을 방문할 계획이다.
안보 분야에 대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과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7월 한국을 방문했다. 또한 게이츠 장관은 인도네시아 특수부대 코파수스(Kopassus)와의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미국은 올 가을 개최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새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베트남과 핵연료 공유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시아지역과의 FTA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의회에게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호주, 베트남와의 FTA도 조기 체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산디아가 우노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부소장은 “중국과 미국 간에 경쟁 관계가 치열하다”면서 “이 지역 모든 국가의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건전한 경쟁 의식은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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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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