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재정적자 문제에 시달리는 그리스가 일부 부채를 은폐한 채 국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이른바 '국가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재무비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행해진 것으로, 이미 알려진 골드만삭스 이외에 일부 대표 투자은행(IB)이 가담했다.
◆ 포르투갈·프랑스도 '분식' = 눈덩이 재정적자에 이어 시장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그리스의 부채 은닉이 유로존 다른 국가에서도 적발됐다.
포르투갈은 2001년 리스본 지하철 건설 보조금을 자본 계정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포르투갈 정부가 발표한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2%(27억6000만유로). 하지만 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가 보조금을 반영, 집계한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4.1%(50억9000만유로)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프랑스텔레콤의 민영화 시기를 예상보다 빠른 1997년으로 당기면서 EU의 재정적자 규정을 간신히 맞췄다. 민영화 과정에 프랑스텔레콤이 정부에 50억유로 이상 지급하면서 연금 부채를 해결했던 것. 이에 따라 1997년 당시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3%인 400억 유로로 축소됐다.
그리스는 통화 스와프를 통한 부채 은폐 외에 국방비 지출을 재정적자 항목에서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국방비 지출 규모도 축소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0년 그리스는 국방비로 8억2800만유로를 지출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31억7000만 달러였던 것. 그리스가 축소 발표한 국방비는 1997~2003년 사이 87억 유로에 달했다.
또 그리스가 부채를 가리기 위해 이용한 통화 스와프를 포르투갈도 1998~2001년 사이 거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럽 국가가 교묘한 방식으로 부채와 재정적자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한 것은 EU가 제시한 재무비율 충족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EU는 유로화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유로존 회원국에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를 각각 GDP 3%와 6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의 제임스 세비지 교수는 “유럽지역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 누락을 통해 공식적인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회원국들은 이를 통해 혜택을 누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IB·느슨한 규정 '한몫' = 수수료 수입에 혈안이 된 글로벌 주요 IB와 파생상품에 대한 EU의 느슨한 규정이 '국가 분식회계'를 거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골드만삭스 외에 크레디트 스위스(CS)와 도이체방크 등 유명 글로벌 IB가 국가 부채 은폐의 배후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EU는 파생상품 거래 내역에 대한 공개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잠재 리스크를 판단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정부 차원의 파생상품 거래에 관심을 거의 두지 않았고, 그 틈을 타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가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부채를 숨겼다. 복잡한 파생상품을 이용해 일부 유럽 국가는 조달한 자금을 부채 항목에서 누락했고, 이 때문에 정확한 재정 현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 것.
이 같은 상황은 IB가 활동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98~2001년 사이 12건의 그리스 통화 스와프를 주관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부 통화스와프 거래를 누락시키면서 그리스의 부채를 줄이는 데 가담했고, 이를 통해 쏠쏠한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소식통은 크레디트 스위스 역시 골드만삭스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스의 부채 은닉을 도왔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도 지난 1998년과 2003년 포르투갈의 통화스와프를 주관, 부채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하는 데 일조했다. 도이체 방크의 로날드 바이헤르트 대변인은 이에 대해 “포르투갈의 통화스와프 거래는 국가 부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포르투갈의 부채 수준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 분식 진원지는 런던 = 미국과 영국의 일부 문서에 따르면 영국의 한 금융업체가 일부 유럽국가들의 분식회계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금융회사는 지난해 초 설립된 런던 소재 티트로스 PLC.
당시 그리스 최대 은행인 그리스국민은행(NBG)과 골드만삭스는 티트로스에 51억 유로(69억6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각했다. 티트로스는 그리스와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NBG와 골드만삭스에 대금을 지불했다. 그 후 티트로스는 NBG에 채권을 환매했고, NBG는 티트로스의 채권을 담보로 유럽중앙은행(ECB)에 대출을 받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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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각국 정부와 IB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교묘하게 피해 거래하는 실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로마토르가타대학교의 구스타보 피가 교수는 “그리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불투명한 파생상품 거래가 정부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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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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