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STX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검토를 공개한 지 불과 5일 만에 번복했다. 그것도 공시를 통해 공식화한 것이다.


인수 불참의 표면적인 이유는 "리뷰만 했을 뿐 인수 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시장에서 각종 루머가 확산되면서 강덕수 회장이 직접 나서 빠르게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1년 후 대우건설이 여전히 매물로 남아 있고, STX의 유동성이 좋아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인수전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STX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데 STX의 사태를 되돌아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인수 검토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이 너무나 싸늘했다.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야커야즈라는 거물을 성공적으로 인수할 만큼 인수ㆍ합병(M&A)의 귀재로 통하는 STX는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시장의 반발이 있을 것이며, 노동조합의 반대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사장단 회의에서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X가 서둘러 인수전 불참을 결정한 것은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의 태도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한 산은은 STX의 인수전 검토가 공개된 후 이에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부정적으로 치부했다. 한 명의 투자자라도 아쉬운 상황이라던 산은이 이런 입장을표명하다보니 시장의 반발은 더욱 커져 STX라는 회사의 신뢰도에까지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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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안타까운 것은 STX나 동국제강 등 대우건설에 관심을 두고 있던 기업, 경영인에 대한 평가를 자금조달능력과 유동성 등 편협한 시각으로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례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형자산인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경영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국내 M&A 풍토에서 앞으로 어떤 기업도 선뜻 대우건설 투자자로 나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도대체 산업은행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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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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